스피어스라고 MBC에서 하고 있는 만화입니다.
초능력물 만화인데
선한 편 말고 악의 편에서 출생의 비밀이 담겨있는 애가 거의 주인공 같더구요.(많이 보질 못해서)
음... 우선 그림은 정말 많이 깔끔해졌고(잘 그렸다고 느낀 지는 이미 오래 됐습니다만 그래도...) 뭐 컴퓨터 그래픽을 쓰는 게 아닌 2D를 이용한 그림체 중에선 최신작이라 그런지 최고로 맘에 들었습니다.
뭐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일본 TV판 애니의 경우 거의 다가 우리나라가 그렸다고 볼 수 있는데(극장판도 물론 상당수 포함됩니다) 그만큼 원래 그림의 실력은 뛰어나다고 생각되기 때문인지 몰라도 제작비가 얼만지는 모르겠으나 그림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늘 지적돼 온 제작의 규모(투자) 나 기획 혹은 스토리의 충실함이 문제인데, 티비 방영판 치고는 기획도 참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예전 출동 바이오 용사나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등등 초능력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저로썬 로봇물이나 명랑물에 비해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다고 생각됩니다.
어린 아이들이 초능력을 쓰는...
스토리는 아직 많이 보진 못한 관계로 확실하게 이거다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나쁜 무리에 속해 있는 아이가 주인공처럼 보이는 게, 출생의 비밀을 이용해서 약간 심도있는 부분을 다루려 하는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유쾌한 부분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굳이 이유를 들자면, 선 아니면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실제로는 아주 크게 잘못된 생각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는 그런 게 큰 문제 요인이 될 수 있어도, 어린이 만화에서는 그래도 선이 악이 나뉘고 선이 악을 제압하는 게 개인적으로 더 교육적이지 않나...하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겠죠. 실제로 스피어스를 보는 시청층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정신연령을 갖고 있거나 혹은 복선이나 암시, 뭐 이런 게 얽히고 섥히고 복잡하면서도 짜임새 있고 완성도 높은 극화적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이라면 말리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의, 현실의 비정함을 아이들에게 먼저 깨닫게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최소한 만화에서만이라도 권선징악,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이 벌을 받는 그런 내용에 충실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비정하고 각박한 우리 현실에서 그나마 어린이 만화에서만이라도 선이 악을 물리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안겨줬으면, 그런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출생의 비밀을 통한 복선을 이용해 선과 악의 개념에 혼란을 가져오게 하는 점이 개인적으로 좀 맘에 들지 않았답니다.
물론 스피어스의 내용이 선악의 기준이 완전히 흔들릴 만큼, 그렇게까지 복잡한 만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어쩌면 요즘 어린이들의 수준을 제가 너무 간과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스피어스가 꼭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 만화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고... 하지만, 그래도 만화를 통해 어린 시절 향수를 느껴보는 저로선, 스피어스 제작자 분들이나 현재의 스피어스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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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얘길 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출판만화와 게임, 애니, 캐릭터상품 간의 산업적 교류나 컨텐츠적인 측면에서의 활성화는 아직은 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되기에 과연 어느 정도까지 캐릭터 산업화 시킬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등장하는 메카닉들은 귀엽고 깔끔한 게 괜찮더군요. 그래도 역시 큐빅스나 둘리와 비교하려면 많이 부족한 듯...
또, 그림도 괜찮고 캐릭터들도 귀엽고 예쁘지만, 레스톨 특수구조대와만 비교해서도 해외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을 수 있을 만큼의 큰 특징을 가진 내용이 아닌 것 같은 게, 해외 시장에서의 큰 성공은 아직은 미지수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초능력물이라는 점만으로도 저는 큰 활약을 기대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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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애니가 언제까지나 자국민들에게조차 외면받는 단순 국제적 하청업체에 머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리의 얼음별 성공에 이어 원더풀 데이즈의 참패로 다시 한 번 느낀 거지만 개인적으로 TV방영물을 통해 대외 인지도와 호응도를 높힌 후에 극장판 공략에 나선다면 그림 실력에서야 이미 검증된 실력이니만큼 미야자키 하야오나 디즈니 정도는 안 돼도, 최소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고, 좋은 평가로 기억되는 애니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국산 애니의 인식이 바뀐다면 극장판도 평가와 흥행에서 모두 성공하는 작품이 분명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TV판 국산 만화영화의 제작이 활성화되고 시청자들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비록 많이 보진 못했지만 스피어스를 보고 느낀 점을 적어 봤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거나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에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많이들 얘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