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絶頂)
황씨신문 (http://sulfur.pe.kr)
정지용
석벽(石壁)에는
주사(朱砂)가 찍혀 있오.
이슬같은 물이 흐르오.
나래 붉은 새가
위태할데 앉어 따먹으오.
산포도(山葡萄)순이 지나갔오.
향(香)그런 꽃뱀이
고원(高原)꿈에 옴치고 있오.
거대(巨大)한 죽엄같은 장엄(壯嚴)한 이마,
기후조(氣候鳥)가 첫번 돌아오는 곳,
상현(上弦)달이 살어지는 곳,
쌍무지개 다리 드리는 곳,
아래서 볼때 오리옹 성좌(星座)와 키가 나란하오.
나는 이제 상상봉(上上峰)에 섰오.
별만한 흰꽃이 하늘대오.
밈들레같은 두다리 간조롱해지오.
해솟아 오르는 동해(東海)-
바람에 향하른 먼 기(旗)폭처럼
뺨에 나붓기오.
(『學生』 2권 9호,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