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오랜 옛날
바닷가 어느 나라의 이야깁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아실지 모를
애너벨 리라는 한 소녀가 살았답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 사랑 받고,
그 밖엔 아무 것도 몰랐답니다.

이 바닷가 왕국 안에선 나도 어리고 그도 어렸습니다.
그러나 우린 서로 사랑 이상의 사랑을
나와 애너벨 리는 하였습니다.
날개 돋친 하늘의 천사까지도
그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죠. 오래 전에
바닷가 이 나라에
한 조각 구름에서 바람 불어와
귀여운 애러벨 리는 싸늘히 식고
그래서 귀한 그 집안 사람들이
내려와 그를 뺏아 갔답니다.
바닷가 그 나라에서
무덤 속에 가두어 버렵답니다.

하늘에서 우리들의 행복에 반도 못 차는
천사들이 그와 날 시샘했지요.
그렇지요 분명 그 때문이죠.
(바닷가 이 나라에선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밤사이 구름에서 바람 불어와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숨지은 것은.

우리보다 나이 먹은 이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더 슬기론 이들의 사랑보다도
우리 사랑은 훨씬 굳셌답니다.
위로는 하늘의 천사들까지
아래론 바다밑 물귀신까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혼으로부터
내 혼을 갈라 놓지 못했답니다.

달이 비치면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고
별들이 뜨면
고운 애너벨 리의 반짝이는 눈을 느끼고,
그래서 한 밤을 누워 봅니다.
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新婦) 곁에,
거기 바닷가 그의 무덤 속
물결치는 바닷가 그의 묘지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