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영화의 끝 - 누구시더라?

해피엔딩 (happy ending)이란 말은 들어봤지만 새드엔딩 (sad ending)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슬픈 결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행복한 결말은 뭔가 특이한 것이라는 뜻일까?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다보면 때때로 부자연스럽고 억지를 부린 듯한 결말에 실망하곤 한다. 감독이나 작가의 마음이 너무 좋아서인지 죽었어야 할 사람들을 모두 살려주는가 하면, 주로 만화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별 이유도 없이 나오는 사람들을 거의 다 죽이거나 아니면 죽은 사람들을 도로 살리기도 한다.

행복한 결말이 되든 슬픈 결말이 되든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아래 두 작품을 생각해 보면 어떤 결말이 되든 어차피 미련과 아쉬움은 남게 마련인가 보다.

다크 시티 (Dark City)

황씨신문 (http://sulfur.pe.kr)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우주 공간의 섬 같은 거대한 비행선 안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인간들. 그 곳에는 낮이 없다. 그리고 밤 12시가 되면 외계인들에 의해 모든 기억들이 조종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평탄한 생활을 하던 한 남자의 기억만은 지워지지 않고, 그는 외계인보다 더 뛰어난 초능력으로 외계인들을 물리치고 그가 바라던 세상을 이루게 된다. 바닷가를 찾은 그는, 이미 기억이 조종되어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를 만나게 되지만….

결국 행복한 미소와 오고가는 의미심장한 대화(!) 속에 '이후로 그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초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옛 아내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에 의외의 결말에 몹시 실망했다.

초인 로크

황씨신문 (http://sulfur.pe.kr)

예전에 KBS에선가 한 번 방영해 준 적이 있다.

초인 로크. 가공할 위력의 초능력으로 역시 초능력자들로 이루어진 반란군을 제압하고 사건을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반란군에 속해 있던 초능력을 지닌 여성, 코넬리아와 서로 사랑하게 된다. 사건 종료 후 코넬리아는 ‘기억조정’으로 예전의 나쁜 기억이 지워지도록 심판받는다. 코넬리아가 퇴원하던 날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병원을 찾아가는 로크. 하지만…

코넬리아, 퇴원 축하해.

누구시더라?

! … 죄송합니다. 착각했군요.

그렇군요. 그럼.

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와 같은 결말을 기대했던 나로선 정말 가슴이 찡 하고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으으 제작자 잡아서 때려주고 싶었을 정도.

다크 시티는 너무도 뻔하고 행복한 결말에 실망을 하고, 초인 로크는 슬프고 안타까운 결말에 마음이 아프고. 결국 어느쪽도 완전한 만족을 줄 수는 없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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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22일
글 뉴트리노 neutrino
황씨신문 sulfur.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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