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하자마자 바로 현란한 무협 액션 장면이 나온다. 사람도 아닌데 어서 얼굴을 익혀둬야지 하며 열심히 얼굴을 익히려고 애를 썼지만,
‘오오 저 사람 안 됐다. 잡혔네. 불쌍해라.’
하고 보니 잡힌 건 사람이 아니라 마괴. 게다가 열심히 얼굴을 외웠건만 첫 장면에 나왔던 사람들은 얼마 안 되어 모두 죽고 말았다. 아, 허무해라.
성석전설의 인형은 나무로 만든 목각인형이다. 중국의 전통 인형극 푸따이시(布袋戱)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라고 하는데, 등장인물이 인형인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무협 액션 장면이 흔히 보던 중국, 홍콩의 무협 영화와 다르질 않다. 역시 이런 걸 노하우라고 불러야겠지?
성석전설에 사용된 목각인형에서 눈은 수정을 박아 넣어 만들었고 머리카락도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을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또 등장인물이 사용하던 칼도 실제 금속을 이용해서 만들었고 더빙 작업은 선녹음 후촬영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어떻게 인형을 움직였나 보니까, 정자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던 장면에서는 마루 밑에서 사람 손이 나와서 그 손을 인형 속에 집어 넣고 움직이더군. 역시나, 액션 장면에서는 잠시도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움직임이 연출됐지만 일상적인 장면에서는 인형들의 움직임이 어색하고 뻣뻣하더라니.
몇몇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제외하면 꽤 볼만한 작품이다. 어쨌든 목각인형을 사용한 무협 SF 영화는 흔한 게 아니니까.
(아래 줄거리를 읽으면 재미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뭐 언제는 무협 영화를 줄거리 보고 봤나 액션 보고 봤지.)
마괴가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자 무림명숙인 소환진은 삼교전인 엽소차, 검군, 난세광도와 무림의 정도인사 6인을 소집하여 마괴를 무찌르도록 한다. 혈전 끝에 결국 마괴는 사로잡히는데, 마괴의 육체는 없앨 수 없어도 영혼은 없앨 수 없었기 때문에 삼교전 일행은 뒷일을 6인에게 맡기고 마괴의 영혼을 없앨 수 있다는 물건, 명경을 찾아 길을 떠난다.
남은 6인은 소환진이 가르쳐준 대로 마괴를 가두기 위해 어느 계곡으로 데려가는데, 그만 거기에서 흑골귀들을 만나 모두 몰살당한다.
흑골귀들은 인간이 되기 위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천문석을 찾고 있었고, 이 천문석을 찾기 위해서는 마괴가 감추어둔 두 개의 수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편 한가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소환진과 청양자에게 의문의 초대장이 날아오고, 그들은 오소홍진과 검려빙을 만나게 된다. 소환진은 평소 오소홍진을 존경하여 왔지만 오소홍진은 그를 소인배(?) 취급하여 상대도 해 주지 않고 떠나버린다.
검려빙은 소환진 일행에게 그들이 보낸 6인이 모두 흑골귀에게 몰살당했으며 천문석을 빼앗길 위기에 있다고 알려준다.
아하! 어찌 그 생각을 못 했단 말인가?
고 뒤늦게 후회하지만 애꿎은 6명 죽여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용?
하여튼 소환진과 청양자는 흑골귀를 찾아 떠나는데, 어디선가 ‘화곡(火谷)’으로 가라는 소리가 들려 화곡으로 갔더니 정말 흑골귀 일당이 있었다. 흑골귀 일당은 이미 마괴의 수정을 모두 손에 넣어서 천문석을 찾아 화곡으로 왔던 것이다. 여기서 소환진 일행과 흑골귀 일당의 일대 혈전이 벌어지는데, 소환진은 다리 건너 굴 안에서 흑골귀와 싸우고 청양자는 다리 위에서 흑골귀와 싸운다. (그런데 왜 흑골귀가 싸우는 도중에 상대방의 모습으로 둔갑하는지 모르겠다.)
이 싸움으로 화곡의 다리가 끊어지는데 소환진은 다리 건너편에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프로펠러에 칼을 끼운 채 오도가도 못하는 위태로운 처지가 된다.
한편 수정을 들고 도망치던 흑골귀 일행은 중간에 검상경과 그의 부하 검위를 만나 단 칼에 죽고 수정을 빼앗긴다. 검상경은 딸 검려빙을 불러, 천문석을 갖기 위해서는 화곡으로 가야 하는데 이미 다리가 끊겨 건널 수 없게 되었으니 오소홍진을 찾아가 부탁하라고 한다. 오소홍진에게는 공중을 날 수 있는 비법이 있었던 것.
검려빙은 다시 오소홍진을 찾아가, 아버지 검상경은 천문석을 갖지 못해 화병으로 돌아가셨으며 돌아가신 뜻을 받들어 천문석을 찾고 싶으나 화곡의 다리가 끊겨 건너갈 수 없으니 도와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 때 청양자가 오소홍진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고.
화곡에 도착한 일행. 오소홍진의 말에 의하면, 자신은 소환진을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검려빙을 돕기 위해서 왔다고. 어쨌거나 검려빙은 칼을 타고 계곡을 건너가 수정을 이용해 소환진을 구해낸다.
어떻게 그 수정이 당신의 손에 있는 거죠?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답니다.
검려빙은 수정을 이용해 천문석을 손에 넣지만 그 때 굴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인디아나 존스를 생각하시라 보물을 들자마자 우르르 ^^;;) 검려빙을 구하기 위해 칼을 타고 날아가는 오소홍진. 하지만 그 칼에는 한 명만 탈 수 있었으므로 검려빙만 탈출하고 오소홍진은 무너지는 굴 속에 갇힌다. 그런데 돌아온 칼을 소환진이 발로 한 번 탁 치니까 알아서 그 칼이 오소홍진에게 되돌아가서, 뭐 결국 오소홍진도 무사히 돌아왔다. (이번에는 미스터 손의 스케이트보드를 생각하시라 ^^;;)
소환진은 검려빙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천문석에게 소원을 빈 사람은 죽게 되어 있다고.
검려빙은 아버지에게 천문석을 건네며 소환진의 말은 전하고, 검상경은 그 말 때문에 천문석을 사용하지 못한다.
다시 오소홍진을 찾은 검려빙. 둘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데 검려빙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며 눈물을 떨구자 오소홍진이 그 눈물을 받아 얼음으로 만든다.
내가 어려서 네게 보여줬는데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그 때부터 주욱 전 홍진님을…
검려빙이 은근슬쩍 안기려고 하자 오소홍진은 자리를 피하고, 무심하게도 배를 타고 떠나버리네.
한편 천문석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던 검상경은 그 천문석을 소환진에게 주겠다는 거짓 편지를 띄우고, 소환진의 모습으로 변신한 흑골귀에게 아버지가 죽는 것을 목격한 검려빙은 오소홍진에게 달려가, 아버지는 죽은 것이 아니며 오래 전 멸문지화를 당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 은둔생활을 했음을 밝히고 소환진에게 복수해 줄 것을 부탁한다.
변명의 여지도 없이 결투를 벌이게 된 오소홍진과 소환진. 천문석을 찾아 자신을 찾아온 흑골귀를 통해 검려빙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청양자의 보호 속에 결투장소로 향하지만 그 곳에는 검위가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검위는 검려빙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사통과. 결국 소환진이 오소홍진의 손에 죽기 직전 검려빙이 도착하여 결투는 멈춰지고. 그러나…… 밖으로 나온 소환진이 발견한 것은 흑골귀와의 싸움으로 죽어 있는 의형제 청양자의 시체 뿐.
검위는 검려빙의 부탁으로 천문석을 빼돌리지만 검상경에게 잡혀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이제 한 자리에 모인 네 사람, 검상경, 검려빙, 오소홍진 그리고 소환진.
천문석을 손에 넣은 검상경의 복수는 이제 흑골귀에게가 아니라 세상 모두에게 향하고, 딸에게 목숨을 바쳐 소원을 빌라고 강요한다.
혹시 그 후에 저 두 분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으시겠죠?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나는 죽은 자의 눈물로 죽은 것이다.
…… 아버지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주시고, 무림 최고의 무공을 주십시오. 그리고 만약 약속을 어길 시에는 죽은 자의 눈물로 죽게 하소서.
딸의 목숨을 희생하여 본모습을 찾은 검상경은 또한 최고의 무공을 얻게 된다.
오소홍진의 팔에 안겨 서서히 공중으로 사라져가는 검려빙. 그래도 선생님의 팔에 안겨 죽게 되어 행복하대나 뭐래나.
어서 제 눈물을 받아 유용하게 쓰세요.
그래서 뭐 오소홍진은 그 눈물을 얼려두었다가 광폭한 검상경을 없앴다는 거지.
마지막으로 오소홍진은 배를 타고 떠나는데, 소환진은 높은 바위에 올라가 죽은 청양자를 그리며 거문고를 타고 오소홍진은 배 위에서 죽은 검려빙을 떠올리다가 자신의 칼을 물 속으로 던져 넣는다.
칼아, 너는 내 마음과 하나가 되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갈 지어다. 어쩌구 저쩌구.(오른쪽 네 번째 그림 참조) 그 칼 타고 날아가는 사람이 더 존경스럽다.
줄거리에서도 밝혔다시피 소환진은 무림인들을 소집하여 마괴를 없애도록 한다. 하지만 꼭 그래야 했을까? 소환진은 흑골귀들과 대등한 결투를 벌일 만큼 무공이 뛰어난데 반해, 마괴를 잡아 가두려 했던 무림인 6인은 모두 흑골귀에게 당했다. 애당초 소환진이 청양자와 함께 마괴를 잡으러 갔더라면 애꿎게 6명을 죽게 하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검상경은 무엇 때문에 천문석 찾는 일에 소환진을 끌여들였는지?
흑골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왜냐하면 흑골귀조차 검위에게는 한 칼에 당해버렸고 그런 실력의 검위조차 검상경에게 한 칼에 죽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상경의 무공은 흑골귀보다 적어도 두 단계 위라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검상경 집안이 흑골귀 때문에 망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잖아.
마괴의 뒤처리를 6인에게 맡기고 마괴의 영혼을 없앨 수 있다는 거울 (명경)을 찾아 떠났던 삼교전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제게 이러저러한 일들을 이루어 주시고, 또 비록 제가 천문석에 소원을 빌었지만 그렇다고 죽지는 않게 해 주십시오.
이런 소원은 안 되나? 논리적 오류인가?
* 사진 출처 : 천리안 영화 포럼과 예고편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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