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전에 전에 작은오빠네 갔을 때 007 영화를 비디오 빌려오는 걸 보고 놀란 일이 있다. 아니 이걸 돈 주고 빌려다 본단 말이야? 내게 007 영화는, TV에서 보여주면 뭐 봐줄 수도 있는 영화다. 물론 피어스 브로스넌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배우 때문에 보는 편이니까 이건 예외고.
그래도 007 영화에 아주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러 가져다 붙이자면 내가 본 007 영화의 매력은 진짜 저런 게 말이 되나 싶은 첨단무기, 위기의 순간이 닥쳐도 여자들에게 한눈 팔기를 멈추지 않는 끈적끈적한 본드, 그리고 본드에 못지 않게 여러 면에서 느끼한 악당에 있다. 그런 점에서 역대 제임스 본드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역시 숀 코너리이고 그와 궁합이 잘 맞은 악당은 <007 골드핑거>의 골드핑거다. 본드걸은 별로 인상적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 나왔던 킴 베이싱어. 그래서 결국 내가 본 007 영화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건 <007 골드핑거>와 <네버 사인 네버 어게인>이란 말씀.
아하, 실루엣을 이용한 인상적인 영화 도입부를 빼먹을 뻔 했군.

내용도 탄탄하고 무엇보다도 악당 골드핑거가 제임스 본드와 궁합이 잘 맞아서 재미있었다. 어디선가 보니 여기 나오는 스튜어디스가 설정상 한국인으로 되어 있다던데 걸음걸이가 무척 웃긴다.




얼마나 재미가 없었으면 줄거리도 기억이 나질 않네.

늙은 똘똘이처럼 귀엽게 생긴 카버 회장이 카버 미디어의 악당으로 나오고 양자경은 결정적인 때마다 스팸퍼에게 잡혀서 제임스 본드에게 자신을 구출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배려를 한다. 양자경이 태평양을 건너더니 그냥 평범한 본드걸이 되어서는 본드에 찰싹 달라붙어 버렸다고나 할까? 배우가 아깝지. 그나저나 007 영화에 본드보이 이연걸을 안 나오려나?
이 영화에서 소피 마르소의 악역 연기는 별로. 박사 이름이 성탄절일 건 또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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