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여왕 마고

  • 제목 : 여왕 마고 (La Reine Margot, 1994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 감독 : Patrice Chereau
  • 출연 : Isabelle Adjani, Daniel Auteuil, Vincent Perez, Virna Lisi, Jean-Hugues Anglade
  • 언제 : 작은 언니 결혼하기 전
  • 어디서 : 집에서 비디오 빌려다가
  • 누구랑 : 결국은 나 혼자서

처음 이걸 빌려온 사람은 큰 언니였다. 어디선가 이 영화가 괜찮다는 말을 들었을까? 작은 언니가 결혼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우리 세 자매는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 이미 두 명은 누워 자고 있었다.

다음날, 어제는 실수였다며 다시 보자고 말을 꺼낸 건 누구였던가? 하여튼 두 명은 어제의 실수를 만회하고 한 명은 그 실수를 덮어주기 위해 세 자매는 다시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가 끌날 무렵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미 두 명은 누워 자고 있었다.

그래서 나만 두 번씩이나 《여왕 마고》를 끝까지 보게 됐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졸리진 않은데 그래도 재미있는 영화라고 하긴 어렵다. 영화 자체가 재미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이 영화는 역사적인 사실을 담고 있는데 프랑스 역사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자세하게까지 알고 있지는 않으니까 내용이 쉽게 다가오질 않고 그러니 지겨울 법도 하다. 앙리와 카트린느 왕비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난 마고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뱅상 뻬레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왜 제목이 ‘여왕 마고’인가 하는 것이었다.

먼저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 배우들 중에서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은, 그것도 이름만 알고 있었지만, 뱅상 뻬레 한 명뿐이었다. 그러니 영화를 보면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뱅상 뻬레가 누군지 찾아 헤맸고, 영화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서야 작은 글씨로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마고의 사랑 라 몰르. 그리고 나중에 SBS에서 방영하는 걸 보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앙리 역을 맡은 배우도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마농의 샘》에서 자살한 사람 역을 맡았었다. 얼굴은 전혀 딴판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뱅상 뻬레보다는 이 사람, 다니엘 아떼이유가 더 유명한 것 같다.

배우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에서 절대 빠트릴 수 없는 게 바로 배우들의 나이다. 역사적으로 이 영화의 내용이 진행될 때쯤 마고와 앙리는 스무 살이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는 배우는 각각 마흔 살, 마흔다섯 살이었으니 그동안 수많이 만들어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과 《춘향전》이 무색할 지경이다.

영화는 상당히 잔혹하고 퇴폐적이다. SBS에서 방영할 때는 텔레비젼이 워낙에 안 나와서인지 우리말 녹음을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기저기 삭제하고 편집을 했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그만큼 내성이 생겼기 때문인지, 느낌이 덜하긴 했지만 어쨌든 비디오로 볼 때는 꽤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설명할 때, 구교와 신교의 화해를 위해 정략결혼에 희생된 구교도 공주 마고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어쩌구 저쩌구 해도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만약 몰르가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그 사람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남자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마고가 누군데!

그런데 마고의 남자들은 그렇다 치고, 어째서 제목이 ‘여왕 마고’일까? 마고는 그저 신교도인 나바르의 앙리와 결혼해서 나중에 왕비가 될 뿐인데 어째서 여왕이란 이름이 붙은 것일까? ‘바람의 여왕’ 마고이기 때문에?

뱅생 뻬레를 찾을 때와는 달리 이건 영화에서도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좀 찾아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마고가 ‘여왕’이란 말은 없었다. 단지 내가 알아낸 것은 마고가 결혼한 뒤에도 바람을 아주 많이 폈다는 사실, 그리고 끝까지 이혼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자벨 아자니 목소리는 대개 송도영 씨가 맡았는데, SBS에서 방영할 때 이 영화에서는 특이하게도 서혜정 씨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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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27일
글 뉴트리노 neutrino
황씨신문 sulfur.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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