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무슨 영화 봤냐 하시기에 《신부수업》을 봤다니까 웃으셨다. 그래서 그 신부가 아니라 성당의 그 신부라고 말씀드렸지.
《신부수업》을 보러 갔던 건 아니다. 그저 《반 헬싱》을 안 보려 하다 보니 《신부수업》을 보게 됐다.
영화 자체는 배우가 아까울 정도로 별로다. 억지스런 설정이 많지 대본도 시시하고 연출도 밋밋하지. 또 다른 신부님이 나오는 영화 《보리울의 여름》, 수준이 딱 그 정도다. 그럼에도 보고 나서 나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감동도 있고 무엇보다도 끝이 깔끔해서 좋았다. 영화는 꼭 작품성으로만 승부하는 게 아니니까. 내가 권상우 팬이었더라면 아주 아주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TV로 봐도 마찬가지였을 작품을 영화관에서 돈 내고 보게 만들었다는 데는 역시 화가 난다. 흥행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싶지만, 차라리 이 영화 한 편 만들 돈으로 《드라큐라와 갈갈이 패밀리》 같은 영화 열 편을 만드는 게 어떨지.
그건 그렇고 영화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세 개 있다.
첫째는 수녀님이 손手 선풍기를 고치던 장면. 순돌이 아빠 이후 최고의 기술공에 수녀님을 임명합니다.
둘째는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던 장면. OST를 찾아보니 제목이 ‘여자를 내려주세요’이던데, 노랫말도 재밌고 노래도 좋았다. 권상우, 하지원, 김인권, 세 주연 배우가 진짜로 불렀나 봐.

셋째는 신부 서품 받는 날 김대건 기념 성당 밖의 장면. 신부 서품을 받을 신학생들이 버스를 내려서는데 '○○성당 △△짱'이라 써진 피켓들을 들고 ○○성당에서 왔을 사람들이 마당 한 가득 있는 게 정말 웃겼다. 성당이라고 다 고상하고 근엄한 것만은 아닌가 봐. 이 장면을 설명해 주니 큰 언니가 정말이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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