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 - 철이는 훌륭한 전사

〈은하철도 999 - 철이는 훌륭한 전사〉 (원제 : 銀河鉄道999 君は戦士のように生きられるか 너는 전사처럼 살 수 있는가)는 TV 시리즈가 아닌 TV 스페셜로 거의 90분에 가깝다. MBC에서 〈은하철도 999〉 TV 시리즈를 방영하기 전에 먼저 특별 방영했다는 「화석의 전사」가 이걸 말하는 건지 아니면 그때 방영한 건 그냥 TV 두 개를 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은하철도 999 - 철이는 훌륭한 전사〉는 비디오로 나와 있다.

내용은 대부분 TV 시리즈에 나온 「화석의 전사」편과 겹치는데, 철이의 회상 부분에서 1화와 「망자의 한」 그리고 「철갑의 별」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 그리고 화석의 전사가 왜 이 별이 화석의 별이 됐는지 그 사연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애인 리자와의 이야기가 좀 더 많이 추가됐고, 철이와 화석의 전사의 심리 묘사 부분도 세세한 부분이 조금씩 추가됐다.

TV판에 없는 내용은 이렇다. 율리우스 (화석의 전사)는 사령관의 허락을 받아 리자와 결혼했고 999호를 타고 신혼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차가 출발하기 전, 배웅 나온 사령관에게 부하가 달려와 정체 모를 가스 구름이 이 별을 향해 오고 있다고 보고한다. 가스 구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속도가 빠른 신형 우주선을 내보내야 했는데 신형 우주선을 조종할 수 있는 조종사는 한정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율리우스는 스스로 신혼여행을 미루고 자신이 가겠다고 말한다. 결국 율리우스가 우주선을 타고 탐사를 나가 이 가스 구름은 모든 것을 화석으로 만드는 화석화 가스 구름이라는 것을 밝히지만 때는 너무 늦었고 사령관을 비롯한 리자도 화석이 되어 버린다.

그밖에도 보다 보면 사소하지만 97년 MBC 방영판과는 다른 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97년 MBC 방영판에서는 ‘999호’를 ‘구구구호’라고 읽지만 여기선 ‘구백구십구호’라고 읽는다. 그리고 97년 방영판에 비해 철이가 무척 버릇없는 것도 눈에 띈다. 97년 방영판에서는 메텔에게 말할 때 거의 뒤에 ‘~요’를 붙이는데 여기선 거의 반말이다. 다른 사람에게야 말할 것도 없고.

번역을 보자면 여기서도 행성이라고 번역해야 할 걸 일본어 그대로 혹성이라고 하고 있다.

성우는 메텔 역은 정희선이 맞는지 좀 헷갈리고, 철이와 차장은 80년대 방영판과 똑같다. 해설은 TV판과는 다르게 뽀빠이 목소리인 김현직이 맡았다. 화석 도적 두목은 〈77단의 비밀〉 O.S.T.에서 흑두건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인데 윤주상으로 추측되고, 리자 아빠인 사령관은 아는 목소리인데 누군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화석의 전사인 율리우스는 이도련인 것 같고 리자도 들어본 목소리이긴 하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

오프닝에는 주제가로 「눈물 실은 은하철도」가 나오는데 화면도 TV판과는 좀 다르다. 엔딩은 여자 혼자 (민경옥으로 추정) 부른, 사람들이 흔히 아는 TV판 은하철도 999 주제가가 2절까지 나온다.

특이한 건 배경음악이다. 원래 은하철도 999 TV판에 쓰인 배경음악 말고도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다른 음악도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어떨 땐 TV판 원래 배경음악과 클래식 배경음악 두 개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아주 산만하고 내용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배경음악이 바뀌는 부분이 깔끔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원래 배경음악이 이랬던 것 같지는 않고 우리나라에서 녹음할 때 배경음악을 임의로 넣은 것 같다.

그리고 이 비디오의 웃기는 점은 중간에 세 번이나 화면 아래에 대우전자 광고가 지나간다는 것이다. TV 광고도 지나가고 VTR 광고도 지나가고 세탁기 광고도 지나간다. 난 이게 대우전자에서 사은품으로 준 비디오인 줄 알았다니까.

〈은하철도 999〉에서 오래도록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화석의 전사」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왜 리자 화석은 알몸이냐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 죽기 전에 리자는 빨간 투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화석은 알몸이란 말이야. 율리우스도 죽을 때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화석이 되었는데 왜 리자는? 정말 수수께끼야.

끝으로 난 이 비디오 없다. 문의 사절.

뉴트리노 | 황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