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7년 8월 14일

황당무계한 싸이코 인조곤충 버그파이터 이야기

오늘 한 <인조곤충 버그파이터> 37화 ‘한여름 밤의 꿈’ 이야기. 원래 이 만화영화는 보지 않는 데다가 오늘도 볼 생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끝까지 보게 됐다. 정확히 일곱 번. 어이가 없어서 일곱 번 웃었다. 사연은 이러하다.

로이드의 버그 세상에서 짬뽕을 먹고 있는데 금강산 (성우 김관진)이라는 버그 공장 사장이 찾아온다. 로이드가 브루클린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사이라는데, 쌍둥이 딸 아름이와 다운이가 하도 싸워서 어떻게 화해시킬 수 없을까 부탁하러 온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금강산 씨의 첫 마디는

“짬뽕이 참 맛없어 보이는군요.”

쌍둥이 자매는 태어날 때부터 싸웠다고 한다. 엄마도 쌍둥이의 싸움에 지쳐 가출해 버린 상황. 하지만 도대체 로이드가 무슨 재주로 쌍둥이를 화해시킨단 말인가? 섬 사람들까지 패를 져 싸우고 있다는데. 하지만 금강산 씨는 포기하지 않는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시오, 로이드.”

난 금강산 씨가 로이드에게 최면을 걸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금강산 사장과 눈을 마주치니까 로이드의 뺨이 왜 붉어지는지 몰라. 이 사람 설정이 게이야?

하여튼 그 바람에 로이드와 아이들은 금강산 사장의 버그 공장이 있다는 금수강산도에 가게 된다. 도착하니 섬은 온통 축제 마당. 그러나 쌍둥이는 축제를 벌여놓고도 또 싸우고 있다. 게다가 싸움을 말리는 아버지에게 동시에 알밤을 한 대씩 먹이기까지. 이럴 때만 마음이 잘 맞는구나.

“누나들 사람 맞아요?”

참다 못한 형진이가 쏘아붙인다. 그리고 쌍둥이에게 한 대씩 뺨을 찰싹 때리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 뭐, 이야기가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하면서. 하지만 뺨을 한 대씩 맞고 형진이에게 꾸지람을 듣자 쌍둥이는 지금까지의 생활을 뉘우치며 서로 화해하는 것이 아닌가. 난 쌍둥이들이 쇼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흥, 우리가 이렇게 화해할 줄 알았지?’ 하면서 도로 싸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로 화해한 거 맞았다.

“뭐야, 이렇게 쉽게 화해해도 되는 거야?”

그럴 리가 있나. 쌍둥이 자매는 당차게 자신들의 잘못을 꾸짖어 줄 수 있는 패기와 용기를 가진 형진이에게 반해 서로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누나, 전 아직 초등학생이란 말이에요.”

“그런 건 상관없어.”

초등학생이라도 상관없대. ‘기다릴게’도 아니고 상관이 없대. 쌍둥이는 이제 서로 형진이와 결혼하기 위해 싸운다. 드디어 자매가 화해하는가 싶어 기뻐하던 사장은 형진이에게 버럭 화를 낸다.

“이게 뭔가? 화해를 시키라고 했더니. 자네가 책임지게. 내 쌍둥이 딸 두 명 모두와 결혼하게.”

점입가경. 하지만 처음에는 어이없어 하던 원우와 첸도 형진이가 데릴 사위가 되면 버그 공장을 물려받게 될 거란 소리에 찬성하는 쪽으로 바뀐다. 어린 게 떡고물은 벌써 알아가지고.

“사장님, 제가 둘 다와 결혼한다고 해도 반드시 좋아지리란 법은 없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서로 경쟁하며 싸울 거예요.”

형진이는 어떻게든 이 난감한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득을 하고 사장도 그 말에 공감한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딸들이니까.

“그렇군. 자네 말에도 일리가 있네. 그렇다면 형진 군, 차라리 내 양자가 되어 주게. 이 섬에 남아 양자가 되어 내 버그 공장을 물려받아 주게.”

금강산 사장은 사실 쌍둥이 딸이 화해를 하기보다는 버그 공장을 물려받을 마땅한 사람을 찾고 있던 것이었던 것이었나? 그렇다면 아이들을 속여 섬에 데려온 셈인걸. 하지만 이번에는 쌍둥이 딸이 들고일어난다.

“그건 안 돼요. 버그 공장은 내가 물려받을 거라고요!”

쌍둥이 자매도 역시 버그 공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아내는 혹시 버그 공장 경영에 참여하지 못해서, 아니면 경영에서 밀려나는 바람에 가출한 건 아닌가?

어쨌거나 금강산 씨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날 싸움만 일삼는 쌍둥이 자매에게 버그 공장을 물려줄 수는 없는 일.

“좋아. 그렇다면 형진 군, 차라리 나의 아내가 되어 주게!

아, 금강산 사장의 이 폭탄 발언에 결국 형진이는 쌍둥이 자매와 버그 대결을 하기로 한다. 무사히 섬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이 섬에 남아 노예가 될 것인가?

그러나 이 무슨 우정의 장난이란 말이냐. 금강산 사장이 준 용돈에 넘어가 버린 원우와 첸은 시합에 끼어들어 형진이가 지게끔 방해한다. 게다가 그나마 믿었던 로이드마저 사장에게서 받은 돈을 세느라 정신이 없다.

“난 혼자 힘으로라도 반드시 이기고 말겠어!”

그렇다. 민형진은 바로 이런 초등학생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주제가 노랫말에도 있듯이 수많은 적 앞길 막아도 당당하게 맞서는 거야. 어둠의 힘 강해도 물러설 수는 없어.

그래서 결국 형진이는 만화에서 늘 그렇듯이 4:1의 불리한 상황에서도 이기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버그 대결에서 이겼다……로 이야기가 끝났다면 난 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는 아직 계속된다.

금강산 씨는 불의에도 꺾이지 않는 민형진의 모습에 그만 반하고 말았다. 갑자기 새하얀 천이 막 화면 전체를 덮는가 싶더니 금강산 씨가 살포시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말하더라고.

“그렇다면 형진 씨, 차라리 제가 당신의 아내가 되겠어요!

그래서 형진이는 도망가고 웨딩 드레스를 입은 사장은 쫓아가는 장면으로 끝. 소제목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덴 다 까닭이 있었다. 미처 눈치채진 못했지만.

뭐, 이런 게 다 있지? 어른도 볼만한 만화영화를 만들어 주세요 어쩌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애들은 이런 내용 별로 안 좋아하는걸. <인조곤충 버그파이터>는 애들용 만화영화잖아? 이번 얘기는 애들 보라고 장난감 팔려는 순수하고 단순한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닌 것 같다. 만화영화에서 너무 티 나게 교육 효과를 노리는 것도 짜증나지만 다른 부가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내용을 보는 것도 짜증나긴 마찬가지다.

원래 <인조곤충 버그파이터>가 깨는 작품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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