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기사 레이어스>와 SBS

<마법기사 레이어스>를 처음 본 건 써니 일행이 세피로에 다시 소환되던 이야기부터였다. 그 즈음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TV에서 만화영화를 잘 보지 못할 때였는데 그 날은 우연히 저녁에 집에 들어와 TV를 틀었다가 <마법기사 레이어스>를 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애들이 중간에 막 2등신으로 변하기도 해서, 난 그런 그림체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 이런 유치한 게 다 있나 싶었다.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란티스를 보고 말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란티스의 목소리를 듣고 만 것이었다. 란티스의 괜히 심각한 겉모습과 목소리가 융합하여 앞으로 이 만화영화를 꼭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마법기사 레이어스>가 하는 날이면 정말이지 일정을 조절해서 웬만하면 그 시간에 맞춰 집에 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챙겨 보려고 했는데도 SBS는 무슨 특집 방송이 그리도 많은지. 내가 힘들게 시간에 맞춰 집에 온 날은 꼭 <마법기사 레이어스>가 불방이었다. 어떤 때는 두 주 연속으로 불방인 때도 있었다. 정말 맥이 빠졌다. 그러다가 가뭄에 콩 나듯 방영하는 날이면 나오라는 란티스는 나오지도 않고 써니의 또 다른 자아가 나와 설쳐대기나 하고.

그렇게 중간도 마지막회도 제대로 보지 못한 한을 품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 SBS에서 일요일 아침 8시에 하던 <만화동산>에서 다시 <마법기사 레이어스>를 해 주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이번에는 제대로 보리라. 일요일 아침이니까 시간을 놓칠 리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그때 SBS가 잘 나오지 않았다. 다른 방송국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인데도 난시청 지역이었다.

그 날은 1부 마지막회, 드디어 써니 일행이 마신을 소환해 자카드와 싸우는 날이었는데 유난히 TV가 나오지 않았다. 화면은 지지직거리고 그림은 하나도 분간할 수 없었다.

“이야아아앗!”

20% 어색한 자카드의 고함 소리. 비록 TV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소리라도 듣겠다고 버티다가 밥이나 먹으라며 엄마한테 한 대 맞고 TV는 그대로 꺼져 버리고 말았다. 아니, 밥을 귀로 먹나?

<만화동산>이라고 예외였을까. 툭하면 특별 방송이라고 불방하더니만 흐지부지 <마법기사 레이어스>도 제대로 재방영하지 않고 <만화동산>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버리더라. SBS, 내가 이를 득득 갈았다.

친구 말이 만화책은 애니메이션과 내용이 다르다고 했지만 그래도 만화책으로라도 보려고 다짐하고 있다가 나~중에 친구랑 만화가게 갔을 때 보려고 했는데, 주인 아주머니 말씀이 너무 오래된 거라서 만화책이 없단다. 아, <마법기사 레이어스> 마지막회가 꼭 보고 싶다. 제대로 한 번 보고 싶다 정말. <마법기사 레이어스> SBS판으로 DVD가 나오면 좋겠다.

내가 이게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나중에 OVA판을 구해 봤는데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노래만 좋데.

뉴트리노 | 황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