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만화영화 제작사 한나-바버라 (Hanna-Barbera)의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바버라가 지난 18일 95살의 나이로 타계했다고 한다.
한나-바버라는 디즈니만큼 이름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디즈니보다 더 대단한 회사다. 디즈니 만화영화가 수용폭이 넓어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고 하지만, 난 그보다는 한나-바버라 작품이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기 때문에 수용폭이 더 넓고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보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생명력도 더 길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 디즈니 만화영화는 거의 혼자서 봤지만 한나-바버라 만화영화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 오빠들도 재미나게 함께 보곤 했다.
어린 시절 숱하게 봤던 만화영화 가운데 한나-바버라에서 만든 작품으로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나던 <달려라 뽀빠이 (원제 : Popeye)> (참고로 뽀빠이 역을 맡았던 성우 김현직 씨는 지난 2002년, 그리고 브루투스 역을 맡았던 성우 이영달 씨는 지난 2001년 타계했다), 슈퍼맨, 배트맨과 로빈, 원더우먼 그리고 아쿠아맨이 우르르 몰려다니던 <슈퍼 특공대 (원제 : Super Friends)>, 북한에서도 방영했다던, 고양이의 수난을 그린 <톰과 제리 (원제 : Tom & Jerry)>, 그리고 랄랄라 랄랄라 랄라랄랄라 <개구장이 스머프 (원제 : Smurfs)> 등 작품이 쟁쟁하다.
느낌상 별로 여기 작품 같진 않지만 KBS에서 했던 만화영화 땅 불 바람 물 마음 <출동! 지구특공대 (원제 : Captain Planet and the Planeteers)>와 <사이버 탐험대 자니퀘스트 (원제 : The Real Adventures of Jonny Quest)>도 여기서 만들었다. 최근 작품으로는 <덱스터의 실험실 (원제 : Dexter's Laboratory)>과 투니버스에 이어 SBS에서도 했던 <파워퍼프걸 (원제 : The Powerpuff Girls)>이 있고,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우주가족 젯슨 (원제 : The Jetsons)>과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원제 : The Flintstones)>도 여기 작품이다. 그밖에도 정확히 우리나라에서 어떤 제목으로 방영했는지 확실하지 않는데 <요기 베어 (원제 : Yogi Bear)>와 <스쿠비 두 (원제 : Scooby-Doo)>도 있다.
그런데 서양에서 회사 이름을 지을 때는 이름이 아니라 성을 쓴다는 걸 알면서도 난 여태 한나-바버라가 한나와 바버라 두 여사께서 만든 회사인 줄 알았다. 이번에 찾아보니 윌리엄 한나 (William Hanna)와 조셉 바버라 (Joseph Barbera), 둘 다 남자더라고.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줄줄이 만들어내다니 대단한 여자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좀 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