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투명인간 최장수>라는 드라마 예고를 봤을 때, 유오성이 벌써 드라마로 다시 TV에 나오는구나 하는 놀라움과 함께 난 이게 SF물이라고 생각했다. 경찰이 주인공이니까 투명인간으로 변신하면서 벌어지는 재미난 얘기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SF는커녕 신파극이 따로 없더라. 안 봤다.
EBS에서 <숲속마을 꼬마 부엉이 부부>라는 만화영화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난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른도 아니고 꼬마 부엉이가 부부라니, 정말 보기 드물게 특이한 소재 아닌가?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다. 꼬마가 어떤 사정으로 결혼해서 부부로 살면서 일어나는 웃긴 얘기들이 나올 것 같았다.
드디어 <숲속마을 꼬마 부엉이 부부>가 처음으로 하던 날, 난 정말 호기심과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꼬마 부엉이 부부의 정체는…… 숲속마을에 사는 꼬마 부엉이 이름이 부부였다.
예전에 <돌고래 요정 티코>를 우연히 본 날, 난 정말 반가웠다.
'오랜만에 요정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하는구나.'
그 날은 마침 여자 주인공 애가 악당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막 쫓기는 장면이 있었는데, 난 거기서 돌고래가 요정으로 변신해서 도와줄 줄 알았다. 원래 그런 장면에서는 요정으로 변신해 나타나 도와주는 게 예의다. 그런데 돌고래는 끝까지 요정으로 변신하지 않았고 당연히 주인공 여자애를 도와주지 않았다.
'아, 매일매일 변신하는 건 아닌가 보네.'
그러나 다음 시간에도, 그 다음 시간에도 돌고래는 요정으로 변신하지 않았다.
'마법에 걸려서 아직 변신을 못하나 보네. 뒷부분에 가서 변신을 하려나 보다.'
그렇지만 뒷부분에 가서도 돌고래는 요정으로 변신하지 않았다. 학교에 다니느라고 자주 보지도 못하는데 몹시 서운했다.
'변신을 하지 않을 거면 말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왜 주인공 여자애랑 말도 안 하는 거야?'
난 그때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여전히 언젠가는 돌고래가 요정으로 변신할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황금고래가 나오면 변신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 드디어 북극에서 우리 일행은 황금고래와 제대로 만났다. 하지만 그때도 돌고래는 요정으로 변신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요정 티코가 아니라 돌고래 티코였던 것이다.
돌고래 요정 티코는 원제가 일곱 바다의 티코 (七つの海のティコ)다. 도대체 누가 제목에다가 요정을 가져다 붙인 거야?
주인공 여자애 아빠로 나온 선장 아저씨가 수염도 멋지고 목소리도 멋져서 (성우 김세한) 그나마 위안이 됐다. 실버 이래 가장 멋진 뱃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