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예리 만화가의 공식 누리집에 따르면, 만화 『특명!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가 오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밖에 더 자세한 내용은 아직 없어서 『특명!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를 라디오 드라마로 만드는 데 전문 성우가 참여하는지 아닌지,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어서 파는 건지 어쩔 건지 아직 모르지만, 이런 솔깃한 얘기가 나온 김에 지금까지 전문 성우가 참여해 만화를 라디오 드라마로 만든 예를 따져보니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의외로 꽤 된다.
먼저 여러 해 전에 MBC 라디오 만화열전에서 유명한 만화와 소설을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 인기를 끈 일이 있다. 이 때 라디오 드라마로 만든 만화가 전극진, 양재현의 『열혈강호』,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 황미나의 『레드문』, 김수용의 『힙합』, 강경옥의 『라비헴 폴리스』, 김영희의 『마스카』, 고우영의 『삼국지』,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방학기의 『감격시대』, 고우영의 『열국지』 등이다.
KBS 라디오 독서실에서는 원래 소설이나 희곡을 라디오 드라마로 만드는데, 어쩌다가 만화를 가져다가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내보낸 게 비록 한 시간 가량으로 짧긴 했지만, 김동화의 『황토빛 이야기』, 허영만의 『식객』 그리고 박소희의 『궁』이다.
그리고 저런 공중파 방송국과는 상관없이, 옛날 방송국이란 데서 역시 전문 성우들이 참여해 강경옥의 단편 만화 「천애(天愛)」와 김진의 「그 해 여름」을 라디오 드라마로 만든 일도 있다.
오호, 이렇게 줄줄이 꿰고 있으니 내가 저것들을 다 들어본 것 같지만 지금까지 나열한 것 가운데 끝까지 제대로 들어본 게 하나도 없다. 듣다 말거나 못 듣거나. 「천애(天愛)」는 앞부분 조금밖에 못 들었는데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CD로도 만들어 팔았다니까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CD와 만화책 모두. 뒤늦게 순정만화 단편집 구하는 거 정말 어렵다.
만화를 라디오 드라마로 만든다면 난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은데, 『특명!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는 장편 만화인 데다가 읽어 보지도 못했다. 나예리는 내가 잘 모르는 만화가거든. 90년대 만화가는 잘 모르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화가 오디온지 라디온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니까 좋네.
만화가 다른 매체로 만들어진다면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라디오 드라마가 더 좋다. 만화를 보며 내 나름대로 상상하는 것처럼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면서 상상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목소리는 그래도 어떻게 적응해 보겠는데 생긴 게 다른 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