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6년 8월 18일

디지털 복원했다는 <로보트 태권 V>를 봤는데…… (2)

그림

황씨신문 (http://sulfur.pe.kr)

그렇다면 소리 부분은 그렇다 치고 그림은 제대로 잘 복원했을까?

우선 난 딴지에서 나온 VCD만을 갖고 있고 비트원에서 나온 DVD는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것에 비해 얼마나 좋아졌는지 말하긴 좀 힘들다. 전에 비트원에서 나온 DVD에서 화면을 캡쳐한 걸 보니 색감이나 화질이 딴지 것에 비해 월등하게 좋았으니까.

딴지에서 나온 것보다야 훨씬 나은 건 당연하다. 비록 오프닝이 잘리긴 했지만, 화면 양쪽이 잘리는 것도 없지, 색감 좋아졌지 (하지만 이건 비트원 DVD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비디오에서는 잘린 장면들도 들어갔지, 여러 가지로 좋다.

딴지 VCD와 대충 비교하면, 깡통 로보트가 애들을 골려주면서 고춧가루를 쏴대는 장면, 로보트 태권 V가 연습할 때 깡롱 로보트를 밟을 뻔하던 부분에서 연구소 벽에 닿아서야 겨우 멈춘 장면, 로보트 태권 V가 처음 출동할 때 깡통 로보트가 떨어지면서 새와 만나는 장면 등이 추가됐고, 처음 출동해서 싸우는 부분과 피라미드로 공격해 들어간 뒤에도 추가된 게 있고, 맨 나중에 훈이가 카프 박사를 몰아세우는 장면에서도 추가된 부분이 있다. 비디오에서 잘린 부분이 하도 많다보니 (딴지 VCD는 비디오를 토대로 만들었음) 자질구레하게 추가된 부분이 정말 많았다. 다만 엔딩은 여전히 없었다. 그냥 검은 바탕에 자막 올라가면서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영화가 다 끝나고 따로 엔딩 장면 없이 주제가 독창곡이 올라가면서 자막이 올라갔다. 먼저 1976년 제작진이 열 줄 정도로 나왔는데 '감독 김청기'라고 나오지 않고 '연출 김청기'라고 나온 게 특이했다. 그리고 음향효과에 '김벌레'라고 나오던데 포스터에서 보듯이 '김벌래'가 맞다고 하더라.

다음으로 2005년 제작진이 올라가는데 별로 길지는 않았다. 제작 부분인가 신씨네가 나왔던 것 같고, 앞서 말했듯이 '성우 김보미, 김보영, 남○○, ○○○, ○○○'가 나왔었고 아마도 독창곡을 부른 것 같은 '주제가 이종현'이 나왔었고 중간에 들어간 중창곡 (합창이라고 하기엔 사람이 너무 적다)을 부른 것 같은 사람들 이름 서너 명 정도가 나왔다.

투덜투덜

황씨신문 (http://sulfur.pe.kr)

이건 마치 미국판 <로보트 태권 V>를 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림은 똑같지만 그밖에 배경음악이며 성우 연기가 거의 그리고 전혀 다르잖아. 영화에서 그림만 복원한 것도 복원이라고 할 수 있나? 그것도 그나마 오프닝과 엔딩은 제대로 복원하지도 못했지만. 훼손 정도가 너무 심해서 배경음악을 새로 녹음해야 했다면 원래 쓰였던 것 그대로 녹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주제가까지 다른 아이들로 새로 부른 건 뭐지? 성우 연기도 그래. 남아있는 다른 자료에서도 소리를 추출할 수 있었을 거고, 그게 안 되는 부분은 할 수 있는 선에서 옛날 성우들을 기용해 되도록 옛날 것과 비슷하게 녹음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대사를 바꾸고 새로 더 넣은 건 또 뭐지?

이게 복원이야? 이건 보수도 아니야. 이건 개조다.

돈이 부족해서였을까? 이상하다. 특히 배경음악까지 거의 다르게 새로 집어넣을 걸 보면 뭔가 다른 까닭이 있었을 것만 같다.

도대체 복원할 때 세워놓은 기준이 뭐였을까? 2005년 9월 28일자 필름 2.0 기사에 따르면, 녹음 과정에서 대중들에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과거의 정서를 살려야 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는데, 영화를 복원하면서 대중들과의 이질감을 따졌다면 이건 이미 복원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이 기사에 따르면, 로보트 태권V 동호회 회원들이 조언을 해 주었다는데 도대체 뭐라고 조언을 한 거야? 기사를 봐선 마치 이런 녹음을 지지해준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과연 그랬을까?

예전에도 저작권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잡음이 많다고 사람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았는데, 영진위고 <로보트 태권 V>의 저작권과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영화사 신씨네고 뭐고 간에, <로보트 태권 V>와 관련해서 앞으로 진행되는 일들을 고운 눈빛으로 봐주긴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자칭 복원했다고 하는 <로보트 태권 V>를 보고 나니 정부에서 로봇 자격증 1호를 준 거, 나무엑터스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거, 30주년이라고 갖가지 행사를 하는 거 모두 문화보다는 산업이라는 면으로만 보이게 된다.

옛날 것 그대로 복원되길 바란 게 턱도 없는 웃기는 짓이었을까? 원래 영화 필름을 복원한다는 게 이런 건데 내가 잘못된 걸 바라고 있던 걸까? 기대가 너무 컸어. 이런 정도인 줄 알았으면 보러 가지도 않았다.

같이 간 호연이는 재밌었다고 하고, 그런데 얘는 내가 보여주는 건 다 재밌대, 명휘는 노래 따라 부르고, 작은 언니는 '성우는 다르더라'고 하더라. 그리고 역시 유치하대. 하지만 언니가 어렸을 적 영화관에서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서 비 내리는 필름으로 봤다던 것과 똑같이 제대로 복원된 걸 봤더라면 어땠을까? 이제는 유치하게 느껴지더라도 제대로 복원된 걸 보고나서 유치하게 느꼈더라면 덜 서운했을 텐데. 정말이지 분하고 억울하고 속상해. 누가 보러갈까 한다고 물어보면, 난 보러 가라고 절대 말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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