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화영화 <The Simpsons>는 우리나라에선 방송국 세 군데를 통해 방영됐다. 1995년엔 MBC에서, 2001년엔 EBS에서, 그리고 정확한 연도는 몰라도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됐다. MBC와 EBS에서는 <심슨 가족>이란 제목이었고 투니버스에서는 <심슨네 가족들>이란 제목이었는데, 늘 보던 제목이고 하니까 특별히 이상한 것 같지 않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제목이 참 이상하고 어색하다.
먼저 '심슨 가족'이란 제목을 보자. 심슨은 이름이 아니라 성, 즉 김, 박, 황 같은 것이다. '심슨 가족'에서 심슨 대신 우리나라의 성을 붙이면 김 가족, 박 가족, 황 가족이 되는데, 이건 우리가 절대 쓰지 않는 표현이다.
다음으로 '심슨네 가족들'을 보자. 역시 여기서도 심슨 대신에 우리나라의 성을 붙여보면, 김네 가족들, 박네 가족들, 황네 가족들이 된다. 역시 이상하다. 그리고 이건 더 이상하다.
우리말답게 옮기자면 The Simpsons는 '심슨씨네' 정도가 됐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외국 이름이나 성에는 '씨'를 안 붙여도 된다는 규정이라도 있는 걸까?
그리고 한 가지 더. 투니버스에서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이란 만화영화를 방영한 일이 있는데, 여기서도 '맑은 뒤 흐림'이 맞다. 만화영화에 '맑음'이란 이름을 가진 인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만화책은 '하레와 쿠우'로 나왔던데 왜 굳이 제목을 '맑음 뒤 흐림'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이 작품을 검색하거나 글을 쓸 때조차도 '맑은 뒤 흐림'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왜냐면 이게 맞는 말이고 우리는 늘 이렇게 써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