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고를 보고 나서는 볼 마음이 없었는데 조카들 보여주려고 일부러 가서 봤다. 상영관 후보는 연세대와 숭실대 두 군데였는데 전에는 한 번에 가는 버스가 둘 다 있었지만 서울시 버스가 개편되고 나서는 둘 다 없어져서 상영관이 교문에서 가까운 숭실대로 갔다.
상영관은 예상과는 달리…… 꽤 추웠다. 그리고 영화는…… 재미없었다. 적어도 나와 큰언니는 그랬다. 애들은 재미있었다고 하더만. 뭐, 방구 한 번만 나오면 다들 뒤집어지니까 내용이 어떻고 음향이 어떻고는 문제가 아니겠지. 이거 광고할 때 <알라딘>, <포켓 몬스터>의 제작진이 선사하는 어쩌구 저쩌구 했는데 그런 제작진을 써서도 왜 이 정도밖에 못 만들었나 몰라. 그 사람들 데려다 쓸 때 들었을 돈이 아깝다.
원래 녹음이 그렇게 부실하게 된 건지 아니면 상영관 탓인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언니는 '커틀렛'을 '캐서린'으로 알아들었다고 하니까 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제대로 들린 대사가 몇 개 안됐다. 전에 양재 교육회관에서 <철인사천왕>을 볼 때도 음향이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물귀신 작전으로 '국산 작품은 다 그래'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몰라.
그래도 알아듣고 지민이가 되뇌며 웃은 대사가 하나 있다. 바로 커틀렛의 "돼지나 피그나." 영어 pig를 모르면 웃을 수 없는 고난이도의 대사다.
성우 연기는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으니 뭐라 하긴 그렇지만, 마테오 역을 맡은 강수진 씨는 썩 잘 어울리지는 않았고, 커틀렛 역을 맡은 조정린 씨는 예상보다는 잘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개성은 원래 대본 자체에서부터 그다지 잘 드러나질 않았다.
그리고 생김새를 보자면, 커틀렛은 예쁜 돼지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언니랑 조카들은 커틀렛이 돼지가 아니라 사람인 줄 알았다는걸. 큰언니 말로는, 커틀렛은 사람인데 아빠는 돼지여서 엄마가 사람인 줄 알았다나.
아참, 그리고 파우치 두 개를 얻어왔다. 나는 안 주고 애들만 주더라고. 전에 뭔가를 볼 때도 그랬는데 나는 관객 아닌가?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