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3년 9월 27일

만화주제가 음반에 대해서

* 미만부에 올린 글.


만화인 쉼터 게시판에는 스피어즈 OST에 바라는 점을 이것저것 늘어놓았지만 그건 스피어즈 OST에게만 바라는 건 아니고 일반적인 만화주제가 음반에 대해 바라는 거죠.

사실 만화주제가 음반, 그러니까 WE 시리즈처럼 모음집 형식이 아니라 어떤 특정 만화영화의 OST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오는 것에 대해서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두세 작품의 음악을 모아서 하나의 음반으로 내 주는 것입니다.

음악의 수준이 떨어지네 아니네 하는 논란과는 별개로 일단 만화주제가는 그 만화영화를 즐겨 보고 많이 듣게 되면 정이 붙는 게 일반적입니다. 만화주제가는 단순히 음악의 수준으로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잖아요. 그렇게 때문에 좀 좋았다 싶은 만화영화 주제가는 갖고 싶게 마련이거든요. 가요 음반을 갖고 싶어하는 것과는 좀 다른 동기와 감정에서 말이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만화영화 한 편 (TV 만화영화를 말합니다) 나올 때 만드는 주제가는 많아야 두 곡입니다. 만화영화 틀기 전에 나오는 노래 하나, 끝나고 나오는 노래 하나. 그렇지도 않으면 딱 한 곡인 경우도 있고.

두 곡을 넘어가는 건 중간에 주제가가 바뀐다거나 (요즘은 대개 사정이 있어 바뀝니다. 표절 문제가 제기됐다거나 뭐 이런 거.) 아니면 작품 속에 삽입되는 경우인데, 후자의 경우 음반 출시를 예상하고 따로 노래를 만든 거니까 현재 만화영화 OST는 아주 가끔 나오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상당히 드물죠. 그러니까 보통은 주제가는 한 곡 아니면 두 곡뿐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따로 주제가가 음반으로 나오는 일은 진짜 거의 없습니다.

음반으로 나와서 가지고서 노래를 듣고 싶은데 음반이 나오질 않으니 속상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노래 한두 곡만 갖고 음반이 나와주길 바랄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미니음반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구매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비록 작품 속에 꼭 삽입되지는 않더라도 다른 노래들을 더 만들어서 음반을 내면 되지 싶은데, 최근에 나온 TV 만화영화 OST가 대개 이런 식이었죠. 탱구와 울라숑, 아장닷컴, 바다의 전설 장보고, 탑 블레이드 등등.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방송에 쓰였던 주제가와는 달리 그냥 음반에만 들어있는 노래들은 친근감이라든가 그런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음악의 수준이라든가 매력이 일정 기준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음반을 만든 쪽 입장은 다르겠지만 구매자로서는 어찌 보면 그냥 음반을 채우기 위해 무리를 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 음반 전체적인 면에서 필요없는 혹 같이 느껴지거든요.

정리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대개 만화영화 한 작품을 가지고 음반을 내기에는 주제가 수가 부족하다. 그런데 음반을 채우자고 노래들 더 만들면 비용도 늘어나는 데다가 전체적으로 음반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서도 있다. 더구나 그렇게 음반을 만든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또 주제가가 음반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건 몹시 서운하다.

그래서 구매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두 편 이상의 만화영화 주제가를 모아서 음반 하나로 내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이러면 위에서 말한 단점들이 보완되지 않을까 합니다. 구매력이 늘어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대표적인 예가 『둘리와 까치』라는 음반인데, 이 때만 해도 KBS에서 만화영화를 만들면서 주제가 외에도 노래들을 몇 곡 더 만들었기 때문에 만화영화 두 편으로 음반 하나를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라면 적어도 다섯 편은 되어야 음반 하나를 만들까 말까 하겠네요.

물론 이런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작권을 가진 곳 사이에 협력이 원할하게 이루어져야 할 텐데, 그 쪽은… 글쎄요.

만화영화 OST를 가끔 사긴 하지만 사면서도 반쯤은 버려야 할 것들로 차 있는 수레를 사는 느낌입니다. 예전에 가수 음반을 사면서도 반쯤은 없는 게 낫다 싶었는데 그것과 비슷하죠.

위에 적은 내용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거라고도 생각은 하지만, 가끔은 제작자 측에서 시청자나 소비자의 이런 생각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스피어즈 OST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의견을 내긴 했으나 스피어즈 OST가 나와도 꼭 살 거라고는 못 하죠. 그건 나온 후에 결정할 일. 아무리 만화영화 주제가 음반이 뜸하고 시간이 지나면 희귀해지더라도 정말 돈 주고 사기는 싫은 게 있으니까요. 전 이걸 수집하려고 사지는 않거든요.

여기부터는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

그리고 음반 들으면서 끔찍한 것 중 하나가, 따로 2절을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1절만 있는 노래를 반복해서 틀어주는 거면서 TV 방영 당시의 곡에 손을 대는 겁니다. 그것도! 그것도! 더 나은 방향으로 손 대는 것도 아니고 노래에 아주 흠집을 냅니다 그려. 제발 그런 짓은 하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손을 대려면 앨범 『WE』에 실려있는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같은 수준으로 하든가. 그렇게 못 할 거면 정말 손 대지 마세요. 아주 조금만 바뀌어도 달라진 걸 초등학생도 다 알던데. 아주 조금만 손 댄 노래 중에서 미리 발표했거나 한 노래보다 음반에 실린 게 더 나았던 경우는 이제까지 바다의 전설 장보고의 주제가 밖에 없었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ㅎ사에서 음반 낼 때 TV 방영판 노래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불만.

주제가의 매력은 내가 그 작품을 좋아하고 열심히 봤고, 그리고 그게 그 때 들은 노래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노래가 조금만 바뀌어도 맛이 확 달라지고 매력이 팍 줄어든다 이거라구요.

정말이지 TV에서 틀어줄 때와는 다른 노래를 실은 만화주제가 음반은 싫어요! 지금 손에 꼽히는 것만도 네 개인데. 음반의 가치 하락.

다시 작은 카세트 하나 사서 직접 녹음을 해 두든가 해야지 원. 그런데 요즘은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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