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린이날 EBS에서 방영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에 대해서

* 만화인 이야기터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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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 EBS에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를 방영했습니다. 몇몇 비디오판을 보신 분들 말씀에 의하면 원본 필름을 가지고 방영한 것 같다고 하는데, 화면에서 좌우가 잘려나간 채 방영됐습니다만 원본 필름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 화질과 음질은 기본적으로 좋았고 무엇보다도 비디오로 나온 것과는 달리 잘려나간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나온 얘기입니다. 저도 보면서 '앗! 엄마, 저 장면은 20여년 만에 처음 보는 것 같애.'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 날 TV를 보다가 방영하기에 앞서 나온 작품 설명에서 잘못된 부분을 발겼했는데,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이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방 알아챘을 것입니다. 이미 소식들 게시판에도 올렸지만, EBS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도자료에도 똑같은 오류가 있습니다.

보도자료와 그 날 작품 설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70년대 중반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우리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와 함께 영화의 주제가는 지금도 우리 기억 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라디오 드라마와 TV 만화 시리즈로도 당시에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다.

즉, 마치 극장용 만화영화가 나온 뒤에 라디오 드라마가 나왔고, 또 비슷한 시기에 TV용 만화영화가 연속물로 만들어진 것처럼 설명했습니다만 이건 잘못된 내용입니다.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70년대 초중반 MBC 라디오 드라마로 큰 인기를 모았고, 그것을 배경으로 1977년 극장용 만화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TV용 만화영화는 1988년 MBC에서 제작되었으며 연속물이 아닌 한 편 짜리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극장용 만화영화가 나온 뒤에 라디오 드라마가 나온 것도 아니고 TV판이 연속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며, 더구나 TV용 만화영화는 극장판이 나온 지 10여 년이 흐른 뒤에야 나온 것입니다.

자료조사를 누가 했고 보도자료를 누가 썼는지, 그 날 작품 설명을 한 사람은 주어진 자료를 단지 읽기만 한 것뿐인지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료 조사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

좋아하고 아끼는 작품이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거나 잘못 알려진다면 속상하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못 알려지게 놔둘 수는 없어!' 분개하며 이런 글을 쓰는 것입니다.

어린이날 EBS에서 방영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전국은 물론 전세계에 숨어있는 수많은 어른들과 그들을 통해 이 작품을 알고 있는 일부 어린이들에게는 정말이지 가뭄에 내린 비와 같이 기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 설명에서의 오류는 옥의 티겠죠.

그건 그렇고, EBS에서 70년대 나온 몇몇 극장용 만화영화나 인형극을 가끔씩 보여주고 있는데. 슬슬 욕심이 커집니다.

뉴트리노 | 황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