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5형제〉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휘야, 보물섬 봤어? 그거 지난주에 끝났잖아. 이번주부터 뭐 하는지 알어?”
“뭐 하는데?”
“독수리 5형제 한대. 내일부터.”
“몇 시에 하는데?”
“저녁 7시 25분. 교육방송 EBS. 알았지? 저녁 7시 25분.”
그리고 돌아온 조카의 대답이란······.
“그 시간에 아내의 유혹 하는데.”
“······.”
같은 시간에 하는 〈아내의 유혹〉을 봐야 하기 때문에 〈독수리 5형제〉는 볼 수 없다는 갓 학교에 들어간 조카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만화영화 〈독수리 5형제〉를 이기는 2009년 대한민국. 이모는 만화영화를 즐겨 보고 초등학생 조카는 막장 드라마를 즐겨 보는, 어쨌는 나름대로 균형이 잡힌 것 같기도 한 이 풍경.
덧붙여 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는 더 이상 텔레비전에서 해주지 않으면 좋겠다. 안 보면 아깝고 괴롭고 챙겨 보자니 힘들고 귀찮다. 도대체 〈독수리 5형제〉를 왜 해주는 거야? 괴롭고 행복하게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