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머털도사의 시대 배경이 조선 시대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정말 그럴까? 따져 봤다.
일단 맨 처음 나온 『머털도사』에서 머털도사의 나이는 열일곱으로 추정된다. 머털이가 누더기 도사에게 와 제자가 된 지 10년이 됐고 아직 도사가 아니기 때문에 머털이가 보통 사람의 나이와 외모를 가졌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데다가 열일곱 살인 꺽꿀이와 서로 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밖에 시대를 추측할 수 있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누덕 마을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을 봐서는 일단 시대는 조선 시대, 그것도 임진왜란 이후로 보인다. 왜냐하면 여자들이 입고 있는 저고리가 짧기 때문이다. 물론 질악 마을 사람들이나 묘선이가 입고 있는 옷은 그렇지 않지만 이미 조선 시대 후기의 옷이 나왔으니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후의 이야기인 『머털도사와 벌레대왕』에서 머털이는 자신의 나이가 365살도 더 됐다고 말한다. 따라서 『머털도사』로부터 340년 이상 지난 뒤다. 그런데 이때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이며, 구로다는 이순신 장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몇 대조 선조를 없애려고 왔다. 3대 전으로 왔다면 한 세대를 30년으로 봤을 때 90년 전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난 게 서기 1592년이므로 이 책의 시대는 대략 1500년쯤이 된다. 그럼 거꾸로 『머털도사』의 시대는 1160년쯤 되니까 고려 시대다.
『머털도사와 또매형』에서는 머털이가 자신의 나이를 정확히 633살이라고 말한다. 벌레대왕 이야기로부터 268년쯤 지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는 1768년쯤으로 조선 시대 정조 대왕 때가 된다.
이처럼 머털이의 나이와 구로다의 대사로 볼 때, 맨 처음 나온 『머털도사』는 고려 시대 (1160년쯤)의 이야기고, 『머털도사와 벌레대왕』은 조선 시대 ( 1500년쯤)의 이야기고, 『머털도사와 또매형』은 조선 시대 정조 대왕 시대 (1768년쯤)의 이야기라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연도는 맞지 않기도 하겠지만 뭐 중요하지도 않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건 복식 문제다. 임진왜란 전까지는 여자들 저고리가 그렇게 짧지 않았다. 저고리가 허리까지 내려왔는데 임진왜란이 끝난 뒤 짧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머털도사 시리즈에서는 여자들이 모두 짧은 저고리, 즉 조선 시대 후기의 옷을 입고 있다. 맨 처음 나온 『머털도사』에서는 고려 시대 입던 허리끈이 있는 옷을 입고 있어야 했고, 『머털도사와 벌레대왕』에서는 아직 임진왜란 전이므로 적어도 허리까지 내려오는 저고리를 입고 있어야 했다. 복식 고증이 되지 않았다는 거지. 물론 작가가 처음 『머털도사』를 그리면서 그 뒷이야기까지 생각하고 있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설령 머털도사부터 또매편까지 다 생각하고 있었더라도 과연 복식 고증 같은 걸 염두에 두었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드라마 《대장금》은 물론 만화영화 《장금이의 꿈》도 복식 고증에선 좀 실격이다. 여자들 모두 짧은 저고리를 입고 나오지만, 때는 연산군에 이는 중종 시대로 여자들 저고리가 그렇게 짧지 않았으니까. 시대가 같은데도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입고 나온 옷과는 많이 다르다. 《대장금》에서는 그냥 예쁘고 보기 좋으라고 옷을 그렇게 만든 것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