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신부와 그 신부한테 맨날 당하기만 하는 공산주의자.
후후. 중고등학교 때 무척 재미나게 여러 번 읽었던 책이다. 그 동안 가끔씩 어디서 못 구하나 했는데 1999년에 이미 예전에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다시 찍어냈다는 걸 알았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자신의 경험이 상당 부분 들어있다고 해서, 도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재미있는 삶을 산 것일까 몹시 부러웠는데.
이 소설은 이탈리아 뽀강 근처에 있는 한 마을에 사는 세 사람, 공산주의자이자 읍장인 빼뽀네, 깡패보다 더 포악한 돈 까밀로 신부님, 그리고 예수님이 벌이는 어이없고 황당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빼뽀네는 공산주의자여서 사상이 다른 신부님과 언제나 맞서게 되는데, 겉보기에는 빼뽀네가 유리할 것 같지만 한 폭력 하기는 둘 다 마찬가지이고 언제나 지는 건 빼뽀네 쪽이다 보니 빼뽀네에게 동정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톰과 제리에 비유를 한다면 빼뽀네는 톰이고 돈 까밀로 신부님은 제리 같다고나 할까?
소설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나오는데 빼뽀네는 악마의 모습을, 그리고 돈 까밀로는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진짜로 그렇게 볼까? 힘을 내라고 응원해줘야 할 사람은 신부님이 아니라 빼뽀네란 말이다!
이 책은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이제 남아 있는 책의 수가 줄어든다는, 그리고 돈 까밀로 신부님과 빼뽀네를 만날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슬픔을 감당해내야만 했다. 게다가 지도책을 펼쳐서 뽀강을 찾을 정도였으니 내가 이 소설에 얼마나 흠뻑 빠져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뽀강은 이탈리아 북부를 가로로 흐르는 강으로 지도에는 '포'강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이탈리아어로 Po라고 쓴다. 이탈리아는 축구로도 못 한 민간외교를 소설책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이 소설은 한 권짜리가 아니다. 원래 이탈리아에서는 몇 권까지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만 해도, 아니 소개된 것 중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여섯 권이나 된다.
하지만 1999년에 새로 민서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돈 까밀로와 읍장』, 『신부님 힘 내세요』, 이렇게 딱 세 권뿐이다. 그리고 찾아보니까 다른 출판사에서도 신부님 책을 여러 권 냈던데.
갖고 싶다. 작은 오빠가 아직도 이 책을 가지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