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할 때 받은 상이 있는데 그 상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9xx년 2월 xx일,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근면성실하며 탁월한 협동정신으로 생활하면서 특히 반공애향정신이 투철하여 타에 모범이 되므로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xx군 협의회장 표창장 수상.
난 반공 애향 정신이 투철한 어린이였다!!!
근면 성실하고 탁월한 협동 정신으로 생활하며 타에 모범이 되는 어린이는 많지만 반공 애향 정신이 투철한 어린이는 드물다. 나의 반공 애향 정신은 무려 평화통일정책 자문회의에서 상을 줄 정도로 투철했기 때문에------, 그때나 지금이나 어이없고 스스로도 놀라울 뿐이다. 삐라 한번 줍는 게 소원이었건만 주워서 신고하기는 커녕 구경도 못 해 봤고 반공 웅변 대회는 구경하고 박수만 쳤을 뿐인데. 물론 반공 만화책은 열심히 읽었다.
생일이 가까와오므로 황씨신문 운영자이자 황당 당수인 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웃어보자고 써 봤다. 통일이 되면 이런 상은 어떻게 바뀌려나. 반공은 빠지고 애향 정신만 투철한 상은 좀 심심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