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1년 3월 5일

나, 한겨울에는 결코 죽지 않는다

이번 신문에는 어째 내 건강과 관련된 글이 두 개나 실리게 됐네.

동전을 땅에 심으면 돈나무가 열리고 사람을 땅에 심는다고 생각하던 시절. 그러니까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겨울이 되면 집안 식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듣곤 했다.

너, 지금 죽으면 안 돼. 죽으려거든 날이 풀린 뒤에나 죽어야지 지금은 겨울이라 땅도 딱딱한데 너 묻으려면 고생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밥을 먹는 게 내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큰 일이었고, 그 때는 말할 것도 없이 밥을 잘 먹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린 마음에… 상처는 되었던가?

학교에 들어가기 바로 전 해에는 두 달 동안 밥 한 톨 입에 넣지 않고 지낸 일이 있다 (난 한 달로 기억하는데 엄마 말씀으로는 두 달이었다네). 내 기억으로는 밥이든 뭐든 고형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었다. 혀를 어떻게 움직여야 음식물을 삼킬 수 있는지 잊었기 때문에.

큰 오빠가 병원에도 데리고 갔었는데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난 그저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앞으로는 밥 잘 먹겠다는 약속만 하고 100원을 받아 왔을 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는 빵집 (호반제과였던가?)에 들러서 생과자를 샀는데 그 빵집 아저씨께서 요구르트를 주셨지만 난 먹지 않았다. 해태 요구르트였기 때문에. (지금도 해태 요구르트는 싫어함) 그 때 산 생과자 역시 난 입도 대지 않았고 결국 다른 식구들이 다 먹어치웠다.

그렇다고 해도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었겠지. 뭔가를 먹기는 먹었다 분명히.

그 두 달 동안 나는 하루에 딱 두 개씩 남양 요구르트를 먹고 살았다고 한다. 정확히 두 개씩. 우리집 옆에 있던 영진슈퍼에서는 원래 남양 요구르트를 팔지 않았는데 내가 남양 요구르트만 먹었기 때문에 그 일 이후로는 남양 요구르트를 갖다 놨다고 한다.

그렇다 난 남양 요구르트만 먹었다. 오직 남양 요구르트만 하루에 두 개씩. (지금도 남양 요구르트를 제일 좋아해서 슈퍼에 갔을 때 눈에 띄면 몇 십개씩 사가지고 오지 ^^;;)

그런 나를 두고 동네 사람들은 모두들 내가 곧 죽을 거라고 했다는데. 하지만 알다시피 난 살아 있다. 어떻게?

막내 이모부께서 용 한 첩을 지어주셔서 그걸 먹였는데 (한 첩이면 서너번 먹일 분량임), 엄마 말씀에 의하면 마지막 달인 것을 먹자마자 내가

엄마, 밥 줘.

라고 했다고 한다. 모두들 기적이라고 했단다.

그렇다 난 기적의 아이였다!

묻기 힘드니까 겨울에는 죽지 말라던 그 말을 듣지 않게 된 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요새는 화장도 꽤 보편화되었으니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런 말이 통하지 않을 듯 싶다. 뭐, 내가 그 말 듣고 밥을 먹은 건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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