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Re: 수험생이셨군요.

  • 미자
  • 2001년 11월 11일 (일) 08:08
  • 401
전에도 그런 말씀 하셨던가? 그런데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건가요?

확실히 어머니께서 고생, 제일로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습니다.
아란나옹님도 물론.

저도 재수했는데, 처음엔 그냥 그랬거든요. 그런데 2학기가 되고 시험이 점점 다가오니까 (전 대수능 세대 바로 전이라서 12월에 시험 봤습니다) 상당히 불안해지는 것이.
신문 보니까 작년에 비해 60점 정도 점수가 내려갔다고 하던데.
저 고 3 때도 애들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그 전 해보다 시험이 훨씬 쉬웠던 것 같은데. 그 때 2교시가 수학이었는데, 시험지 나눠줄 때 손을 가만히 내려놓고 책상 위의 시험지만 쳐다보는데 앞쪽에 있는 수학 문제가 눈으로 다 풀려서 엄청 놀랬더랬습니다. 뭐 그래도 뒤에 가서 틀릴 문제는 틀렸지만.
하여튼 그 전해랑 판이하게 다르게 시험문제가 나면 늘 난리가 나고 애들은 울고 그렇죠.
고 3 때, 11월 원서 쓸 때 (그때는 미리 원서 쓰고 그 대학에 가서 시험봤거든요) 학교는 정말 지옥같았어요. 학교를 진짜 지옥이라고 생각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네요.
고 2 때도 학교 가기 싫을 때가 많기는 했지만 지옥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 11월은 정말 싫었습니다.

시험이 끝났으니 이젠 시간적으로 좀 여유가 생기는 걸까요?
겪어봐서 잘 하시겠지만, 시간 알차게 잘 보내세요.
전 시험 끝나고 남은 시간 제대로 못 보낸 걸 2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후회했거든요. 고 3 시험 끝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등 몇 편의 비디오를 빌려다본 것만 기억하네요. 도대체 뭘 한 거지?

고등학교 땐 대학에 가는 게 목표였나? 하여튼 네 뭐 비슷했죠. 너무 좁은 세계에 살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는 더욱 좁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서 좀 여유(마음의 여유와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이것저것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요. 그 때 소위 철학적인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구, 그러면서 이런 생각은 지금 할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다닐 때 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했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 고교 시절과는 다른 자유, 시간 등등등.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잔뜩 들었어요. 그동안 난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지 않았나, 손해를 본 거 아닌가, 등등등.
벌써 글이 이렇게 길어졌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다시는 고등학교 학생 시절로 돌아가지 않겠어" 였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도 값진 추억이 있고 소중합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절대!!! 그렇게 무더기로 책 쌓아 놓고 공부하기도 싫구요. 그렇게 많은 과목을 어떻게 한꺼번에 공부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어떤 과목 (제가 좋아하는 것)은 다 가르치지도 않는다고 불만이었지만. 이건 완전히 그만 먹겠다는 사람 입에다가 음식물을 잔뜩 집어넣는 꼴이잖아요.
왜 내가 화가 나는 건지...

전 어리석게도 고등학교 졸업으로 인생 끝. 아니 인생의 종착역 끝. 뭐 그렇게 생각했나봅니다. 그게 시작인 줄 모르고. 아니 죽을 때까지 "종착역"이는 건 절대 없다는 걸 모르고 말이죠.

두서없는 넋두리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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