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본으로 받은 치약이다. 無파라벤, 無색소, 無인공향, 無인공감미제
라고 적혔는데, 파라벤 계통 방부제는 안 들었지만 그렇다고 인공 방부제가 아예 들지 않은 건 아니다. 소듐 벤조에이트가 들었지.
플루오르화나트륨, 즉 불소가 들었다. 아직은 불소란 말이 사람들에게 익숙할 테니. 우리나라서 만들어 파는 치약엔 다 불소가 들었나?
불소가 조금 들어가면 충치가 예방된다고 한다. 그래서 수돗물에 불소를 넣을 거네 안 되네 하는 주장이 있는데, 문제는 불소가 좀 더 들어가면 이가 노래지거나 까매진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이가 불소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를 테니,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이가 멀쩡할 정도의 불소 농도에서도 어떤 사람은 이가 변색될 수 있다. 그래서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건 반댈세. 불소에 민감한 사람은 불소가 든 치약을 쓰는 것도 위험하지 않을런지?
다시 이 치약 얘기로 돌아와서, 웃긴 건 똑같은 화합물을 서로 다르게 적은 점이다. 주성분에는 염화나트륨이라고 쓰고 성분엔 소듐 클로라이드라고 쓰질 않나, 마찬가지로 주성분에는 함수이산화규소라고 적고 성분에는 하이드레이티드 실리카라고 적었다. 염화나트륨이 소듐 클로라이드고 함수이산화규소가 하이드레이티드 실리카다. 한국어냐 영어냐의 차이일 뿐.
그런데 이렇게 적으면 보통 사람들은 이게 다른 건 줄 안다. 일부러 한국어와 영어 발음으로 다르게 적어서 뭔가 더 있어 보이는 것처럼 뻥을 친 건지 아니면 무식을 드러낸 건지 모르겠네. 성분에 플루오르화나트륨을 소듐 플루오라이드라고 적지 않을 걸 보면, 주성분엔 한국어로 적고 성분에는 꼭 영어 발음으로 적어야 하는 규정은 없는 것 같은데. 연구소에서 주성분을 적어준 사람이랑 성분을 적어준 사람이 달랐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