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약국, 이런 약사를 본 적이 있나?
비닐 장갑 (위생 장갑)을 끼고 약을 조제한다. 그리고 돌아와 비닐 장갑을 낀 채로 컴퓨터 자판 두들기고 볼일을 본다.
비닐 장갑은 약이 오염되는 걸 막기 위해 끼는 거지 약사 손을 보호하려고 끼는 건 아닐 거다. 그런데 이 약사는 거의 모든 일을 비닐 장갑을 낀 채로 한다. 봉투에 약을 담을 때만 장갑을 벗었던 것 같다. 위생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약사다. 그냥 비닐 장갑을 끼라니까 끼는 건지.
엄마가 약국에 다녀오실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약병 (마시는 음료라고도 함)이 책장에 쌓여갔다. 엄마, 저거 좋은 거 아니거든요. 아예 받아오지를 말라고 여러 차례 얘기해도 소용 없었는데, 그러다가 텔레비전에서 한 번 다루고 난리가 난 뒤로 다 사라졌다. 방송이 나간 뒤 약국에서도 더 이상은 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약국에서 공짜로 주던 갈색 약병에 든 마시는 음료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쌍화탕류와 비타민류. 그리고 이런 제품의 문제점도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돈 주고 사먹는 쌍화탕과 약국에서 공짜로 주는 쌍화탕류 제품의 성분을 비교하면 공짜 제품이 얼마나 후진지 쉽게 알 수 있다. 설명이 필요없다.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보시라. 공짜로 나눠주던 쌍화탕류 (대추 음료 포함) 중에서는 캬라멜이 든 것도 있었고 합성조미료 성분인 MSG가 든 것도 있었다. 캬라멜은 아마도 쌍화탕 비슷한 색깔이 나게 하려고 넣었겠지. MSG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요즘 한창 우리 라면엔 MSG를 넣지 않았다고, ‘MSG 무첨가’라고 라면 봉지에 커다랗게 광고하는 바로 그 성분이다.
이런 제품은 무늬는 쌍화탕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효능이 있는 성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색소와 향료와 일반 음료수에 많이 넣는 액상과당처럼 단맛이 나는 것을 이것저것 섞은 음료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비타민류는 모 방송에서 보도했는데 병에 표기된 것과는 달리 비타민 C가 너무너무 조금 들어서 비타민 음료라고 말하기 민망한 것조차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함량 미달.
이것도 모 방송에서 보도했는데, 이렇게 약국에서 공짜로 주는 제품은 값을 낮추기 위해 재활용한 병을 많이 쓴다고 한다. 실제로 엄마가 약국에서 받아온 것도 ᄒ 회사에서 만든 제품인데 약병엔 ᄃ 회사 이름이 새겨져 있곤 했다. ᄃ 회사에서 만들어 판 약병을 가져다가 ᄒ 회사에서 제품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회수한 병을 씻는 과정이 아주 끔찍하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병을 씻는 과정을 보여줬는데, 씻는 게 씻는 게 아니다. 더러운 약병을 씻어서 더러워진 물로 계속해서 약병을 씻고 또 씻으니, 거의 하수구 물로 씻는 수준이었다. 이물질만 없으면 갈색병, 그럭저럭 깨끗해 보이기도 하겠지. 방송에 따르면 이런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온 일도 있다고 한다.
약국에서 공짜로 주는 이런 마시는 음료의 문제점에 대해 방송이 나간 뒤 한바탕 난리가 났고, 약국들의 자체 정화 운동 어쩌구가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약국에선 마시는 음료인지 마시는 약인지를 공짜로 주는 일을 관뒀다.
그랬던 게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우리집 책장엔 또다시 이런 약병에 든 공짜 음료가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약국에서 얻어온 거다. 또 주기 시작한 거다.
그 사이 제품 성분이 확 좋아졌을까? 이제는 재활용한 병을 깨끗하게 씻는지 확인하는 걸까? 뭔가 달라졌을까?
글쎄, 약국부터가 그대로인데 성분이나 병 세척이 나아졌을 것 같지는 않다.
약병에 든 마시는 음료를 공짜로 주는 약국에 대해선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이런 제품이 좋지 않다는 걸 몰라서 준다. 이런 무식한 약국에서 어떻게 약을 지어 먹을 것인가? 피하자.
둘째,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손님 확보를 위해 준다. 알면서도 주다니 사악하다. 피하자.
약국에서 주는 공짜 음료의 문제점이 방송을 탄 게 3월이고 집에 약병이 쌓이기 시작한 지 한두 달쯤 된 것 같으니까 방송이 나가고 나서 한 7~8개월 정도 참은 거네. 용케도 참았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약국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