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2400원 짜리 화신 진주핀을 갖고 있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중국산이다. 따로 국산을 구할 길이 없으니 그냥 샀는데 써보니 불량이 많다.
불량을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핀이 옷감에 매끄럽게 들어가지 않으면 불량이다. 불량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핀 끝이 뾰족하지 않은 경우. 연필처럼 끝에만 살짝 뵤족한 건 그다지 효과가 없고 바늘처럼 길고 매끄럽게 뾰족해야 하는데 그렇게 가공된 핀은 몇 개 없었다. 게다가 핀 끝이 아예 뭉툭한 것도 열 개가 넘는다. 두 개가 머리 부분이 아예 붙은 것도 있다.
둘째, 핀 표면이 매끄럽게 가공되지 않은 경우. 표면이 매끄럽지 않으면 핀이 옷감으로 부드럽게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옷감이 핀에 뜯겨 옷감이 상한다. 매끄럽게 가공된 건 몇 개 되지 않고 대부분 거칠게 가공됐다.
옷감을 여러 겹 겹쳐 직접 핀으로 찔러 보고 핀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해서 등급을 상중하로 나눠봤다. 하는 도저히 쓸 수 없는 것, 상은 100점은 아니라도 쓸만한 것. 긁히지 않고 옷감에 그럭저럭 매끄럽게 들어가면 상으로 분류했다. 그른데 상에 속하는 건 반도 채 안 된다. 물론 반 정도만 있어도 쓰기에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원래 이런 제품은 반타작인가?
중국산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도 마찬가진 건지 모르겠다. 하여튼 진주핀조차 산 뒤에 직접 검수를 하고 골라 써야 하다니 어이가 없다. 귀한 옷감이었으면 어쩔 뻔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