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F 36이면 요즈음 파는 자외선 차단 제품 중에선 그나마 SPF가 낮은 축에 속한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해변가도 아니고 도시에서 살면서 SPF가 그렇게 클 필요는 없는데 요즘 파는 건 웬만하면 SPF가 50이어서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PA나 +가 세 개면 좋을 텐데 그건 또 두 개뿐이다.
내가 쓰는 제품은 아니지만 이번에 새로 산 것에 처음으로 전성분이 표기되어 있길래 중생을 위하여 올리노라.
한편 이번에 같이 산 마몽드 브라이트닝 파운데이션 텐아워 SPF 22 / PA++은 제조일이 2009년 6월 22일인데 전성분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표시성분으로 방부제 두 가지, 메칠파라벤과 프로필파라벤만 적혀 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에 대해 찾아봤다.
식약청의 화장품 전성분 표시지침에 따르면, 전성분 정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전화번호 또는 홈페이지 주소를 대신 표시하면 전성분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글쎄··· 화장품 누리집에 자기네가 파는 화장품의 전성분이 제대로 표기된 곳은 흔하지 않다. 전화를 걸면 상담원이 전성분을 불러주나?
저 지침에 따르면 내용량이 50g 또는 50mL 이하인 제품은 전성분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제품은 용량이 35mL다. 이게 내가 찾던 정답인 것 같다.
하지만 이 파운데이션은 용량이 35mL지만 전성분을 표시하지 못할 만큼 용기가 작은 것도 아니다. 위의 선블록 제품은 용량이 70mL지만 용기 크기는 비슷하다. 아니, 상자는 오히려 파운데이션이 더 크니까 적을 데가 없어서 전성분을 표시하지 못한 건 아니다.
전성분 표시의 기준을 내용량 50g 또는 50mL로 잡은 건 너무 크게 잡은 것 같고, 더욱이 용량이 작다고 해서 전성분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우습다. 전성분을 제품에 표시해도 읽을까 말까한데, 제품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고 회사 누리집에서 찾아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욱이 찾아 읽어봐도 뭔지 알 수 없는 성분이 태반인데.
화장품 회사도 그래.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거지 표시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닌데, 쓸 자리도 많으면서 자기네가 알아서 전성분을 표시하면 안 되나? 알아서 표시하면 벌금이라도 무는 걸까?
법이야 어떻든 이래서 외국 화장품과 비교되는 거다. 독일의 어떤 화장품은 작고 얇은 샘플에도 성분이 좌악 쓰여 있고 유통기한인지 제조일자인지 날짜도 찍혀 있더라. 식약청에 끌려다니는 회사가 아니라 식약청을 이끌어가는 화장품 회사가 되길 바라는 건 무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