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기본적으로 밀가루로 만드는데 우리나라에서 쓰는 밀가루는 거의가 수입한 것이다. 그러니 신토불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라면을 먹지 말아야 한다.
그럼 라면에서 밀가루만 문제가 될까? 천만의 말씀. 라면에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다른 재료들도 수입한 것을 쓰고 있다.
더군다나 광우병이 전세계를 휩쓸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이때, 사골 엑기스도 수입해서 쓰고 있다니!
밀가루로 만든 음식에는 라면만 있는 게 아니다. 라면보다 더 자주 먹는 게 바로 과자와 빵. 제과점 같은 곳에서 특별히 국산밀로 만든 걸 빼고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파는 과자와 빵은 모두 수입밀로 만든다. 그러니 신토불이를 지키려면 먹지 말아야지.
그럼 쌀로 만든 과자는 괜찮을까?
천만의 말씀. 슈퍼마켙이나 마트에서 파는 쌀과자는 거의가 수입쌀로 만든 것이다. 이제까지 본 것 중에서는 조청유과 하나만 국산쌀로 만들었던데.
쌀과자를 사 먹는다고 해서 우리나라 농촌을 돕는 게 아니란 사실도 깨닫도록 하자.
사실 떡에는 재료의 원산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무엇으로 만드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수입쌀로 만드는지 국산쌀로 만드는지 먹어봐서는 알 수 없고. 하지만 먹어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고물의 원산지이다. 특히 콩고물은 먹어봐서 맛이 없으면 십중팔구 중국산이라는 어머니의 말씀. 얼마나 맛이 없으면 이름이 콩떡인데 콩고물을 다 털어내고 설탕을 찍어 먹을까.
콩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국산콩은 잘 모르겠고 수입콩은 유전자 변형 (GM) 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 콩떡도 위험하고 두부도 위험하다. (마트에서 파는 콩떡에는 '유전자 변형 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라고 찍혀 있기도 함.)
알다시피 오렌지 쥬스에 들어가는 오렌지는 모두 수입산이고 하여튼 수입 과일을 쓴 음료수는 안 된다.
유제품도 안심할 수 없다. 그냥 우유는 국산이지만 가공우유에는 수입농산물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 같은 것. 어떤 건 매실도 수입해서 쓰던데.
물론 국산이라고 쓰여 있다 해서 실제로도 국산을 썼을 거라고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검은콩두유 사건이 말해주고 있다. 국산콩이라고 해 놓고서는 중국산콩을 쓰다니.
사람은 자기 땅에서 나는 걸 먹어야 한다는데 이젠 정말 어려운 일이 됐다. 21세기와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지구인은 지구에서 난 것을 먹어야 한다'로 해석을 바꿔야 할까?
그럼 난 뭘 먹고 사나. 화성인은 이래저래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