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는 비싸다. 게다가 정품인 경우 죄다 수입품이다. 잉크는 남은 양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중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끝까지 쓸 수 있지만 토너는 안에 얼마나 남았는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 쓰지 못하고 버릴 수도 있다. 토너를 알뜰하게 쓸 수 있다면 돈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겠지. 경험에 기초한 토너를 알뜰하게 쓰는 방법을 공개한다.
인쇄하는 모든 문서가 깨끗하게 인쇄할 만큼 중요하거나 오래 두고 볼 필요가 있는 건 아닌 것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서를 인쇄할 때는 프린터 속성에 들어가 토너 절약 모드에 표시를 해 준다. 그러면 표준 인쇄에 비해 좀 덜 선명하게 인쇄되는데 읽는 데 문제가 있을 만큼 인쇄질이 확 떨어지지는 않고 토너가 덜 소비된다.
한 번 보고 버릴 문서라면 굳이 표준 인쇄로 깨끗하게 인쇄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토너 절약 모드로 인쇄하면 절약되는 토너 양이 상당히 많다. 물론 중요도가 높고 오래 두고 볼 문서라면 표준 인쇄로 인쇄하면 된다.
인쇄를 하다 보면 어느 때부터인가 깨끗하게 인쇄되지 않을 때가 있다. 잉크젯 인쇄기로 인쇄할 경우에는 잉크가 떨어지면 정말로 갑자기 인쇄가 전혀 안 되지만, 레이저 인쇄기는 다르다. 토너가 어느 정도 떨어지면 토너 농도가 종이 전체에 걸쳐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왼쪽이나 오른쪽 아니면 가운데 부분에 길게 인쇄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예를 들자면, 아래 그림처럼 인쇄되는 것이다.
인쇄가 이렇게 됐다고 해서 토너가 다 바닥난 건 아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새 토너로 바꿔 끼울 필요가 없다. 이때는 토너를 꺼내서 길이 방향으로 열 번 정도 흔들어 준다. 그리고 나서 다시 토너를 넣고 인쇄하면 놀랍게도 예전처럼 제대로 인쇄되는 걸 볼 수 있다.
대부분 이렇게 한 번 흔들어 주고 나면 적어도 수십 장은 더 인쇄할 수 있다. 토너 상태에 따라서는 200장 이상 더 인쇄한 적도 있다.
그리고 그 뒤 또 (위 그림과 같은) 비슷한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이때도 먼저와 마찬가지도 토너를 꺼내 길이 방향으로 열 번 정도 흔들어 준다. 이번에도 제대로 인쇄되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인쇄할 수 있는 양은 좀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서너 번 반복하면 대개는 백 장 이상 더 인쇄할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한계에 다다르면 종이에 세로로 길게 검은 줄이 찍힌다. 이 상태에서는 깨끗한 문서는 출력할 수 없지만 한 번 보고 버릴 문서를 출력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다가 비로소 흔들어도 제대로 인쇄가 되지 않는 단계에 다다르면, 그때는 토너를 다시 쓰지 말고 꺼내서 상자에 그냥 넣어둔다. 그리고 일단은 새 토너를 쓴다.
그러다가 사나흘 뒤에 넣어뒀던 토너를 다시 꺼내 마찬가지 방법으로 세로로 흔들어 준 뒤 인쇄해 보면 제대로 인쇄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종이에 세로로 길게 검은 줄이 찍힌다거나 인쇄 농도가 묽어진다거나 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한 번 보고 버릴 문서를 출력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토너를 쓰지 않고 뒀다가 며칠 뒤 다시 꺼내 흔들어 쓰는 방법은 서너 번 반복하면 적당하다. 이 방법으로도 경우에 따라 몇 십장은 더 인쇄할 수 있다.
당장 인쇄가 깨끗하게 되지 않는다고 쓰던 토너를 버리고 새 토너로 바꿔 낀다면 돈도 버리고 환경도 버리는 셈이 된다. 토너를 바닥까지 박박 긁어 알뜰하게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