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는 화장품을 AK몰 (akmall.com)에서 20% 쿠폰을 붙여 팔고 있는 걸 알았다. 그런데 쿠폰은 회원만 받을 수 있다. 이 화장품을 파는 곳이 몇 군데 없기도 하지만 20% 쿠폰에 넘어가는 바람에, 그럼 오랜만에 한번 가입해 볼까 생각했다.
먼저 AK몰이 어딘가 조사를 해보니 원래 삼성몰이었던 걸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애경이랑 삼성이랑 가족 같은 관계였나? 몰랐네.
하여튼 썩 믿을만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주 사기를 치는 데는 아닌가보다 싶어 회원가입을 눌렀더니만, 이런 이런.
난 AK몰에만 가입하려고 한 건데 그럴 수는 없었다. 꼭 AK멤버스에 가입해야 한다. 회원가입을 누르면 아예 AK멤버스 (akmembers.com)로 이동한다. 그러니까 AK몰은 AK멤버스의 하나란 얘기다.
약관도 숱하게 많다. 거기서 제3자 마케팅 활용 동의를 빼곤 다 동의를 해야만 회원에 가입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나온 제3자 마케팅 활용은 동의하지 않아도 회원에 가입할 수 있지만, 모르고서 이것까지 동의하는 사람도 있겠지.
약관 개수도 질리지만 무엇보다도 회원 가입을 머뭇거리게 된 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 때문이다. 아래 표 1은, AK멤버스 회원에 가입할 때 나오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에서, 개인정보 제공제휴사와 제공하는 개인정보항목만을 정리한 것이다.
개인정보 제공제휴사 | 제공하는 개인정보항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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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유지공업(주) 에이알디홀딩스(주) 수원애경역사(주) 평택역사(주) AK글로벌(주) AK리테일(주) 신한카드(주) |
주민등록번호, 주소, ID, 성명, 전화번호, e-mail, 생일, 기념일, 회사명, 직장주소, 부서명, 직위, 전화번호, 가족정보, AK멤버스카드 거래정보 등 |
익숙한 회사가 많은가? 어떤 지구인에겐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로선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에까지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데 이건 뭐 ‘이래도 가입할래?’라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제공하는 개인정보항목 맨 뒤에 ‘등’이 붙었다는 건 이거 말고도 우리는 모르는 다른 개인정보를 더 제공할 수도 있다는 얘긴가? AK몰 여기 어쩐지 어설프다.
예전에 삼성 관련회사 모 누리집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적이 있어 아는데, 이렇게 한 번 가입으로 가족 회사나 가족 누리집에 함께 가입하게 되는 경우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군데서 가입을 하는 걸로 전부 가입이 됐으니까 반대로 한 군데서 탈퇴를 하면 다른 데서도 개인정보가 싹 지워지고 자동으로 탈퇴가 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어떤 데는 자동으로 탈퇴가 되지만 어떤 데는 탈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일일이 확인해야 되고 문의 메일 보내도 연락은 없고.
누리집 회원 관리를 생각만큼 제대로 못하거나 안 한다. 이름 있는 회사라고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이런 부분에선 그다지 믿을만하지 않다. 더구나 가족 누리집이나 가족 회사가 단지 제휴한 곳에 불과하고 나중에 서로 갈라선다면 일은 더 복잡해진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꼭 가입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자기네 떨거지를 다 붙여서 한꺼번에 가입하라고 하는 데는 가입하는 게 아니다. 개인정보야 이미 길거리에 굴러다니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으며 때때로 걸려오는 고장난 테이프 같은 광고전화쯤이야 오히려 외로움을 달래기에 좋다고 생각할 때만 가입하는 거다. 경험으로 배운, 찝찝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