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9년 2월 4일

세벌식 390과 세벌식 최종 사이에서

내가 처음 한글 자판을 두드린 건 타자기였지만 컴퓨터를 배우면서 처음 배운 건 두벌식이었다.

그러다 대학 1학년 때 선배가 『화우』에 쓴 세벌식에 관한 글을 보고 세벌식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두벌식으로 200타 정도는 나오고 있었지만 세벌식의 장점과, 특히 그 숭고한 뜻에 감동받아 결국 바꾸기로 했다.

난 소뇌가 무척 잘 발달해 있는 것 같다. 꽤 쉽게 세벌식을 익힐 수 있었다. 이미 두벌식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헷갈렸지만 며칠 지나고나니까 오히려 익히는 속도는 세벌식이 더 빨랐다. 물론 세벌식으로 바꾸고나서는 도깨비불 현상도 보이지 않고 손도 덜 피곤해졌다.

그때 익힌 세벌식은 세벌식 390이었다. 한 10년쯤 지나서 세벌식 최종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는 세벌식 최종으로 바꿀까 생각도 했었지만 내가 주로 쓰는 한글 97은 세벌식 최종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 그래서 관두었는데 얼마 전에 한글 97에서도 세벌식 최종을 제대로 지원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윈도에서도 마찬가지고. 세벌식 최종 자판에 관한 한글 97이나 윈도의 프로그램 오류를 바로잡아주는,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을 찾은 것이다. 그리하여 난 요즘 세벌식 390에서 세벌식 최종으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써보니까 세벌식 최종이 꼭 세벌식 390보다 더 좋은 건 아니다.

일단 내가 세벌식 최종으로 바꾸려고 한 까닭은 세벌식 390에서는 여는 따옴표와 닫는 따옴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반면 세벌식 최종에서는 이걸 지원한다. 사실 한글 97을 쓴다며 굳이 여는 따옴표와 닫는 따옴표를 구분해서 입력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이 알아서 해 주지만, 내가 쓴 글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거나 웹에 올릴 때는 따옴표 표시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세벌식 최종에서도 큰 따옴표는 지원해도 작은따옴표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좀 실망했다. 작은따옴표도 쓸 일이 많은데. 차라리 세벌식 최종에서 "와 '를 없애고 작은따옴표를 넣어 주었더라면 싶다. 영어를 쓸 때나 필요하지 한글을 입력할 때는 "와 '를 쓸 일이 거의 없으니까. 세벌식 최종에 가운뎃점이 있는 건 다행이다.

세벌식 최종의 또 다른 장점은 현대 국어에서 쓰는 겹받침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세벌식 390에서는 두 번 쳐야 할 받침도 최종에서는 한 번만 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병우식 직결 글꼴은 세벌식 최종 자판에서만 제대로 쓸 수 있다. 이 글꼴 정말 신기하다. 물론 겹받침을 다 집어넣는 바람에 세벌식 최종에서는 특수문자가 거의 사라지긴 했지만, 한글을 입력할 때 자판 꼭대기에 있는 특수문자를 쓸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벌식 390이 나은 점도 있다. 세벌식 최종에서 가장 불편한 건 숫자다. 세벌식 390의 숫자는 컴퓨터 자판 오른쪽에 있는 숫자 자판과 거의 같다. 반면 세벌식 최종의 숫자는 두 줄을 길게 쓰기 때문에 좀 불편하다. 물론 390을 먼저 배운 탓도 있긴 하지만 전화 숫자와 비교해도 그렇고 다른 데서와 마찬가지로 숫자가 세 줄에 걸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꺽쇠라든가 하는 특수문자를 많이 쓰는 편이라면 세벌식 최종보다는 세벌식 390이 나을 수도 있다.

하여 요새 세벌식 최종으로 바꾸고 있긴 하지만 좀 고민이다. 양쪽의 장점을 다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세벌식 390 말고, 세벌식 최종 말고, 세벌식 진짜 최종이 나오면 안 될까? 나온 김에 표준으로 꽉 자리도 잡고.

그건 그렇고, 전에 『화우』에 세벌식에 관한 글을 쓴 선배는 정작 두벌식을 쓴다는 사실. 내가 그 선배가 쓴 글을 보고 세벌식으로 바꿨단 말을 듣고는 놀라더라고.

내가 바라는 세벌식 자판

황씨신문 (http://sulfur.pe.kr)
  • 현대 국어에서 쓰는 겹받침을 다 갖출 것
  • 큰따옴표, 작은따옴표, 가운뎃점을 다 갖출 것
  • 숫자 배열을 컴퓨터 자판 오른쪽처럼 세 줄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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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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