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트라비안 (travian)을 시작했다.
트라비안에는 버려진 오아시스가 있어서 공격해 점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쥐, 거미, 박쥐, 곰, 호랑이, 멧돼지 같은 동물들이 여러 마리 산다. 아마 여기 살고 있는 동물들을 모두 없애야 오아시스를 점령할 수 있는 것 같다. 동물들이랑 싸우려면 군대를 보내야겠지?
팔랑크스는 갈리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키울 수 있는 병사다. 곰이나 호랑이는 없애기 힘들 테지만 쥐나 거미 같은 건 없애기 쉬울 테니까 혹시 팔랑크스 한 명만 보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혹시라도 오아시스에 팔랑크스 한 명만 보냈다가 덜컥 죽으면 어떡하나. 난 맘씨 좋은 지배자라서 한 명이라도 허투루 죽이고 싶지는 않다.
마침 마을 내 집결지에서는 실제로 군대를 보내기 전에 미리 모의 전투를 해 볼 수 있다. 그래서 팔랑크스 한 명이 쥐와 거미를 몇 마리나 죽일 수 있는지 미리 시험해 봤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팔랑크스 한 명은 쥐 한 마리도 못 죽이고 오히려 제가 죽는다.
팔랑크스 한 명은 거미 한 마리도 못 죽이고 오히려 제가 죽는다.
박쥐도 마찬가지다.
팔랑크스가 쥐나 거미가 무서워 벌벌 떠는 그런 병사는 아닐 테고 아마도 트라비안에 나오는 쥐와 거미와 박쥐는 우리가 아는 그런 보통 짐승이 아니라 수퍼 쥐, 수퍼 거미, 수퍼 박쥐인 것 같다.
그렇다면 팔랑크스를 2명 보내면 어떨까?
팔랑크스 2명은 쥐 1마리를 죽일 수 있지만 대신 저희도 몽땅 죽는다.
팔랑크스 10명을 보내면 쥐 1마리를 죽일 수 있지만 대신 팔랑크스도 1명 죽는다.
팔랑크스 20명을 보내면 쥐 1마리를 죽일 수 있지만 대신 팔랑크스도 1명 죽는다.
팔랑크스 30명을 보내면 쥐 1마리를 죽일 수 있지만 대신 팔랑크스도 1명 죽는다.
팔랑크스 40명을 보내면 쥐 1마리를 죽일 수 있지만 대신 팔랑크스도 1명 죽는다.
아무래도 팔랑크스를 떼로 보내면 저희들 가운데 한 명을 미끼 삼아 쥐에게 던지고 그 틈을 노려 쥐를 잡는 것 같다.
오아시스를 정복하는 데 왜 영웅이 필요한지 이제 알겠다. 알고 보니 괴물이 판치는 살벌한 트라비안 세상.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필요하다.
* 뱀꼬리 : 오아시스에 사는 짐승에는 야생멧돼지도 있는데 원래 멧돼지가 야생 돼지다. 야생멧돼지는 또 뭘까? 야생을 강조한 건가? 아니면 너도 역전앞 친구인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