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8년 1월 19일

《플랜더스의 개》에는 네로가 나오지 않는다

작년에 EBS에서는 애니메이션 《플랜더스의 개》를 인기리에 방영했다. 1990년대 EBS에서 했던 걸 다시 방영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말 녹음은 그때 그대로였지만 특이하게도 제목은 ‘플란다즈의 개’에서 ‘플랜더스의 개’로 바뀌었다. 원래 발음에 좀 더 가깝게 하려는 의도했는지 아니면 요즘 나오는 책은 옛날과는 달리 제목이 ‘플랜더스의 개’라고 나오기 때문이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만 제목만 바꾸는 건 20% 부족한 일이었다. 적어도 원래 발음에 가깝게 할 생각이었다면 말이다. 왜 그런가 하면…… 그 까닭은 일단 접어 두고.

어려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왜 네로는 네로일까 궁금했다. 왜 하필 네로일까? 왜 하필이면 로마의 폭군 네로와 이름이 같을까? 네로의 부모님은 로마의 폭군 네로를 몰랐던 것일까? 네로는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친구들이 이름 가지고 놀리지는 않았을까?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네로는 이름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걸 난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원작 소설에는 네로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네로는 사실 Nello, 즉 넬로였다. ‘넬로’는 ㄹ 받침이 없는 일본으로 가 ‘네로’가 됐고, ‘네로’는 다시 그 이름 그대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바다를 여러 번 건너다보면 도중에 빠뜨리는 게 생기는 법이다. 혹시나 해서 아로아도 찾아 봤는데 역시나 Alois, 즉 알로아였다.

이와 같은 또 다른 예로 『파랑새』가 있다. 어려서는 『파랑새』를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나오는 이야기로 알고 있었지만 일본어 교과서에서 이 희곡을 보게 되자 이 괴상한 이름에 의문이 생겼다. 일본어에는 ㄹ 받침이 없으니까 원래 이름은 칠칠과 미칠? ‘치’라는 발음도 수상쩍으니 어쩌면 틸틸과 미틸?

실제로 파랑새의 주인공 남매 이름은 Mytyl과 Tyltyl이다. 프랑스어를 잘 읽지 못하니 정확한 발음은 알 수 없지만 ‘땡땡 (Tintin)’을 영어로 ‘틴틴’이라고 읽으니까 미틸과 틸틸보다는 ‘미띨’과 ‘띨띨’에 가까울 것 같다.

지금은 어떨는지 몰라도 예전에는 서양의 원작을 직접 우리말로 번역하기보다는 일본에서 이미 번역돼 나온 책을 중역해서 동화책을 많이 냈다. 따라서 이름에 일본 발음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프란다스, 네로, 아로아, 미띨, 띨띨 같은 게 다 그런 경우다. 소설도 그렇고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내면서 원작을 조금만 검토해 봤다면 오늘날 이런 이름이 굳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네로와 아로아가 사실은 넬로와 알로아였다는 게 무척 놀랍긴 했지만 어려서부터 네로와 아로아로 알고 있었던 나로선 역시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로아가 ‘넬로! 넬로!’하고 부르는 걸 상상하면 마치 아로아가 혀를 낼름 낼름 내밀며 놀리는 것 같잖아. ‘내 이름은 넬로, 넬로……’로 시작해야 하는 주제가도 어색하고. 더구나 친구들이 ‘띨띨아!’하고 부르는 걸 상상해 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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