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6년 9월 25일

산마로의 강가 또는 주몽의 강가

부여에서 사내들이 장가가는 풍습에는 특이한 게 하나 있다. 부여 사내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절벽 위로 올라가 남이 쏜 화살에 맞고는 절벽 아래 흐르는 강으로 몸을 던진다. 그렇게 다친 몸으로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정신을 잃은 채 정처 없이 떠내려가다 문득 깨어보면 어느 낯선 여인네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십중팔구 그 여인네가 바로 강물에 떠내려온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다. 부여의 사내들은 이렇게 만난 여인에게 장가들게 되는데, 사람들은 이 강가를 일컬어 산마로의 강가 또는 주몽의 강가라고 부른다.

서양에는 올훼스의 창이라는 게 있어서, 여기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비극으로 끝난다고 한다. 하지만 동양에는 산마로의 강가 또는 주몽의 강가라는 게 있어서, 여기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어떤 우여곡절에도 반드시 사랑을 이루고야 만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 데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아주 옛날 아무르에서는 청룡부 수장 아사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아라가 지어준 이름이 산마로)와 아라가 이 강가에서 만나 신분 차이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독한 스토커 두 명까지 따돌리고 결국 혼인했으며, 부여국에서는 해모수가 이 강가에서 만난 버들아씨 유화와 혼인하여 고구려의 태조 추모왕이 된 주몽을 낳았고, 주몽 또한 이 강가에서 만난 예씨 여인과 혼인하여 고구려 2대 왕이 된 유리를 낳았다 한다. 그런데 이들 모두 심하게 다친 몸으로 강물에 떠내려온 걸 훗날 배필이 된 여인이 강가에서 건져내 구해준 것이다.

물론 부여의 사내들이 모두 이런 풍습대로 장가가는 것은 아니다. 혹여 다친 몸으로 강물을 떠내려가는데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을 수도 있는 데다가, 누군가 구해준다 하더라도 그 여인이 과연 어떤 사람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평범한 방법으로 장가드는 사내들도 있다.

게다가 부여의 모든 여인네들이 강가에 떠내려온 사내를 구해주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다친 채 이 강가에 떠내려온 사내를 구해준 뒤에는 그 까닭이 무엇이든 반드시 잔인하고 끔찍한 멸족이란 비극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라의 경우가 그러하였고, 유화의 경우가 그러하였으며, 예씨 여인의 경우 또한 그러하였다.

결국 부여의 사내들이 장가가는 이 풍습은 무모한 사내와 요샛말로 올인하는 여인이 만나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믿거나 말거나.

오늘 드디어 MBC 드라마 <주몽>에서 예씨 부인이 될 여자가 나왔다. 주몽이 거의 다 죽어간 채 강물에 떠내려온 걸 구해서 극진히 간호해 살려냈다고 한다. 부여 여자들, 전쟁 났다 하면 강에다 그물 치고 낚을 일만 기다리겠네.

하지만 뭐냐, 해모수에 이어 주몽까지 대를 이어서 강물에 떠내려가다가 자기를 구해준 여자랑 결혼하는 거야? 유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런 연애담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나도 그래야 하는 건가 하면서 몸서리를 쳤을까? 화살에 맞고 절벽에서 떨어져 강물에 떠내려가는 건 그렇다 쳐도, 유화 부인과 예씨 부인은 강에서 건진 사내와 혼인한 뒤 멸문지화를 당한 것도 모자라 애를 밴 뒤에 남편이 내빼는 것까지 똑같으니, 자세한 사정을 안다면 누가 유리에게 시집오려고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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