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6년 9월 17일

난 억울하다!

영화나 만화영화를 보면 감옥에 갇힌 죄수들 가운데는 억울하게 잡혀온 사람이 (거의) 꼭 있다. 실제로는 어떤지 몰라도 영화에서는 죄수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그러니 죄를 짓고 감옥에 왔더라도 힘들 텐데 억울하게 잡혀오면 정말 속이 터져 미칠 것 같을 거다. 더구나 영화에서는 억울하게 갇힌 사람은 더 심한 대우를 받는다.

그런 사람이 대개 감옥에 와서 제일 먼저 절망하게 되는 게, 이름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다. 감옥에선 이름 대신 번호가 주어진다. 부를 때도 '아무개'라고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십삼만사천삼백사십번'이라고 번호를 부른다. 나는 사라지고 그저 번호가 붙었을 뿐인 물건이 된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난쟁이 행성으로 밀려나게 됐을 때, 이제 명왕성이란 이름은 없어지겠지만 대신 '명왕 난쟁이 행성'과 같이 '명왕'이란 이름만큼은 남아있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명왕성은 그런 새 이름 대신 134340이란 번호를 받았다. 이름도 없이 번호만 있는 소행성이 돼 버린 것이다. 명왕성의 위성으로 알려진 카론, 닉스, 히드라도 각각 134340 I, 134340 II, 134340 III란 번호를 받았다.

난 억울하다! 난 죄를 짓지 않았다!

명왕성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넌 영화 《빠삐용》도 안 봤냐? 네 몸집을 불리지 않은 것도 죄가 될 수 있다고. 모든 게 MPC 맘대로니까.

MPC라니? 대체 그게 뭐지?

지금까지 행성 노릇을 했으면서 국제 소행성 센터도 모르고 있었나? 국제 소행성 센터 MPC는 국제 천문 연맹 아래 있는 기관이다. 거기서 네게 번호를 주었다.

그럼 우리들은 뭡니까?

명왕성 뒤에 서 있던 세 녀석들이 항의했다.

어째서 우리들이 이런 처우를 받아야 합니까? 우리들은 몸집을 불려할 까닭도 없고 행성인 척하고 다니지도 않았지 않습니까?

그거야 너희들이 명왕성과 어울렸기 때문이지.

뭐라고요? 어떻게, 어떻게 연좌제를 적용할 수 있는 겁니까? 도대체…….

자, 이제 그만.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라.

복수하겠다! 가만있지 않겠어. 반드시 탈출해서 복수하고 말 테다!

명왕성, 아니 134340은 끝내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훗날을 기약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여기서 떠오른 것 하나. 먼 옛날 공룡이 멸종한 까닭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공룡이 번성하던 시기에 공룡들도 지금 지구인들 이상으로 천문학 지식이 깊었고 관심도 많았다. 그래서 밤하늘에 보이는 것마다 이름을 붙여가며 행성, 소행성, 위성 등등으로 분류를 했는데, 그게 개수가 많아지다 보니 지금까지 써오던 걸 조금 바꾸게 됐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동안 행성이라고 했던 어떤 녀석을 소행성으로 강등시켜 버리고 여태 써오던 이름 대신 숫자를 붙여버린 사건이 있었다. 공룡들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평소처럼 놀고 먹고 잘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행성에서 소행성으로 강등됐던 그 녀석이 복수의 칼과 원한 맺힌 불을 품고 지구로 돌진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토록 번성하던 공룡 세계가 한순간에 멸망해 버렸다는 나름대로 그럴 듯한 이야기.

공룡이 자살 때문에 멸종했을지도 모른다는 학설을 낸 뒤로 10년도 더 지나 또 한번 멋진 학설을 내게 되어 몹시 기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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