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곤충기』가 또 나왔다. 옮긴이 김진일, 사진 이원규, 그린이 정수일로 현암사에서. 우선 1권만 냈는데 앞으로 10권까지 다 낼 거라고 한다. 원래 10권까지 있었구나. 끝까지 나와야 나오는 거긴 하지만.
출판사에서 하는 광고로는 1907년에 마지막 10권이 나왔다며 ‘100년 만에 완성한 최초의 정본’이란다. 게다가 틀린 학명은 고쳤고 동식물은 우리나라에도 있는 건 우리 이름으로 썼고 그렇지 않은 건 우리나라에 있는 것과 가장 가깝도록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다며, 자칭 '한국판 파브르 곤충기 완역 결정판'이라고도 한다. 물론 지금 이렇게 완역 정본이라고 광고하는 책을 낼 수 있는 건 이전에 『파브르 곤충기』를 낸 곳에서 출판사와 번역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현암사에서 나온 『파브르 곤충기 1』은 19,500원이다. 깎지 않고 산다고 하면 열 권에 195,000원이네. 난 옮긴이 정석형으로 두레에서 나온 『파브르 곤충기』를 갖고 있다. 내가 살 때는 이게 그나마 내용이 가장 많았다. 525쪽이나 되는데 나는 쪽수가 많은 책을 좋아하거든.
새로 나온 책이 완역이네 정본이네 어쩌고 하니까 귀가 솔깃하면서도 이미 같은 책을 갖고 있으니 두 책 모두 정나미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문제는 내가 아직도 저 책을 읽지 않았다는 거다. 『파브르 식물기』까지 갖고 있는데 이것도 아직 읽지 않았다. 벌써 몇 해째 왜 이렇게 책을 읽기가 힘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