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6년 9월 1일

오타쿠가 장가가면 떡고물이 떨어진다

감독부적격

이 글에선 남자 오타구가 결혼한 뒤에 어떻게 아내를 그 길로 끌어들이는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아내라는 안노 모요코의 만화책 『감독부적격』을 빌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아울러 결혼과 함께 그 동안 애지중지 모은 것들, 주로 만화, 게임, 음반 같은 걸 버리거나 주위 사람에게 줘야 하는 수집광의 비애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어쩌면 미래에 다가올지도 모를 공포와 같은 종족(!)끼리 통할 슬픔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와는 다른 종족(!)인 내가 이 글을 읽고 깨달은 건 오타쿠가 장가가면 떡고물이 떨어진다는 사실. 그렇구나! 오타쿠는 장가가서 행복하고 주변 사람은 떡고물이 떨어져서 행복하고. 물론 떡고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하지만 문제는 내 주변에 장가갈 오타쿠나 수집광이 없다는 것이다. 시집가는 수집광이나 독신으로 살 오타쿠는 주변에 있어봐야 이런 떡고물은 떨어지지 않는다. 시집가는 수집광은 다 챙겨서 시집갈 테고 독신으로 살 오타쿠는 평생 끌어안고 살 테니까.

재균아빠 님처럼 그 많은 LD와 기타 등등 세월과 추억이 물씬 묻어나는 것들을 결혼한 뒤에도 여전히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겠지. 결혼 전에도 저런 걸 집에 함부로 두지 못하던 사람도 알고 있고 (결혼했다는데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결혼 전이라 나중에 어떨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잘 챙기고 있는 사람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라도 내 남편이 그러면 싫을 것 같기도 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좋을 것 같기도 하네. 뭘 갖고 있느냐, 부피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다르겠지.

나도 누가 준다고 해서 덥석 받을 여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괜히 주변에 장가가는 오타쿠나 수집광은 없는지 궁금해진다니까. 사실은, 빌려보는 게 더 좋지만. 둘 데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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