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6년 8월 9일

[여름특집] 승강기에서 귀신을 만났을 때 써먹는 열두 가지 요령

한밤중에 낯선 사람과 함께 승강기를 탔는데 우연히 거울을 쳐다보니 거울엔 나밖에 비치지 않는다면? 아, 귀신을 만났구나!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요령을 알려준다. 귀신을 만나게 된다면 일단 놀라게 될 텐데, 아무 준비도 없이 만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대처 요령을 알아두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님 말고.

첫 번째,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기절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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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만나 놀라 기절해 쓰러진 사람을 귀신이 밟았다거나 끌고 갔다거나 어떻게 했다는 얘기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놀라도 기절하기 힘든 사람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써먹을 수 있는 요령은 아니라는 게 단점이다. 만약 가짜로 기절해 있는데 귀신이 떠나지 않고 자꾸만 얼굴을 들이민다면 곤란하므로 가짜로 기절하는 건 좋지 않다. 기절할 때 주의점은 얼굴을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하다간 이가 깨지는 수가 있다.

두 번째, 아주 크게 그리고 길게 소리……가 아니라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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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중에서는 소리를 지르면 그냥 도망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귀신 중에도 혹시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써먹는 요령이다.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길고 길게 소리지르는 게 중요하다. 단, 비명 하면 역시 여자니까, 남자가 써먹기엔 좀 민망할 수도 있다.

세 번째, 미친 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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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다가 갑자기 승강기 문이 열리면 진짜 미친 게 되는 수가 있으니 승강기 문이 열리지는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 연기력이 좋은 사람만 쓸 수 있는 요령으로, 물론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네 번째, 귀신한테 아는 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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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이 좋은 사람만 쓸 수 있는 요령으로, 여기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호들갑형.

어머, 정말 귀신이 맞으세요? 전 귀신은 처음 보거든요. 정말 영광이에요. 어머, 어쩜 좋아. 머리 긴 것 좀 봐. 옷도 하얗고 입술엔 또 빨갛게……. 다리가 공중에 뜬 것 좀 봐. 아이, 몰라 정말.

이러면서 무슨 연예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면서 막 호들갑을 떤다.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싸인을 받아도 좋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귀신도 바꿔주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면 둘이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는 것도 좋다. 얼굴이 예쁜데 인터넷에 '귀신녀'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올려도 좋겠냐고 미리 허락도 받아두자. 단, 절대 목소리가 떨려선 안 된다.

다음으로 정중형.

처음 뵙네요. 이 아파트에 새로 오셨나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몇 층 가십니까?

정중하고 깍듯이 인사한다. 이때 얼굴에 살짝 웃음을 띠는 게 좋다. 그리고 나선 층수를 눌러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승강기 문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리고 영업형.

안녕하십니까? ○○ 보험설계사입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

보험을 판다.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라고 해도 좋고 휴대전화를 바꾸라고 해도 좋다. 물론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바꾸라고 해도 되고 우유를 배달해 먹으라고 해도 된다. 신문 배달도 좋다. 사은품을 아주 많이 준다고 하는 걸 잊지 말자. 단, 주의할 점은 기라든가 불신지옥, 뭐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절대 얘길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걸 귀신에게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닐 뿐더러 내공이 약할 경우 오히려 화를 불러온다.

다섯 번째, 괜히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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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거울이 왜 이 모양이야? 물건을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될 거 아냐. 승강긴 또 왜 이렇게 자주 고장나는 거야? 점검은 하는 거야 뭐야.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러는지 원.

문제는 끊임없이 불만거리를 토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목소리가 떨려선 안 된다. 표정관리도 잘 해야 한다. 아주 불만과 짜증이 많은 것처럼. 굳어 있는 표정이어선 절대 안 된다. 이것도 연기력 좋은 사람만 쓸 수 있는 요령이다.

여섯 번째, 신체접촉을 시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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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남자 귀신을 만났다거나 여자가 여자 귀신을 만났다면 은근한 눈빛과 함께 뽀뽀를 시도해 본다. 그랬는데 만약 귀신이 좋아한다면…… 낸들 아나?

일곱 번째, 승강기 안에서 담배를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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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으면 귀신이 자리를 피하겠지만 까딱하다간 진짜 죽는 수가 있다.

여덟 번째,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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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승강기 안에 사람은 둘인데 어째서 거울에는 한 명만 비치는지, 승강기는 왜 갑자기 멈췄는지, 아까까지는 멀쩡해 뵈던 사람이 어떻게 순식간에 긴 생머리에 소복인 차림으로 바뀔 수 있는지, 사람이 공중에 떠 있는 게 말이 되는지, 과연 귀신이란 게 존재하는지, 진지하게 과학으로 탐구해 본다. 귀신에게서 시료로 쓸 만한 것을 얻어내는 걸 잊지 말자. 한국 최초의 노벨 과학상 후보는 귀신도 함부로 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산 귀신이라면 오히려 죽을 수도 있다.

아홉 번째, 귀신을 만난 게 다 노무현 탓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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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당신을 피할 것이다. 단, 나중에 대통령이 바뀌면 대통령 이름을 바꿔주는 걸 잊지 말자. 그렇지 않고 전 대통령 이름을 들먹였다간 귀신한테 사기 치고 있는 게 들통난다.

열 번째, 인터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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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특종에 허발한 기자라면 어찌 이 기회를 놓칠 텐가? 미사일 떨어지는 레바논 베이루트에도 가는 마당에 귀신 따위가 무서울쏘냐? 이런 순간에도 자신이 기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기자란 본래 낚시질이나 하던 게 아니라 자기 발로 열심히 뛰어다니던 종족이었다.

열한 번째, 귀신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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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출신이라면 할 수 있다. 만약 해병대 출신인데도 귀신을 잡을 수 없다면 다시 입대해라.

마지막 열두 번째, 나도 귀신인 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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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내가 거울에 비치는 거지? 거 참 이상하네. 사람으로 변신한 지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이 수에 귀신이 속아넘어갈랑가 나도 모른다. 그래도 우기는 게 중요하다. 만약 귀신이 잡으먹으려고 하거나 긴 손톱을 내세운 채 두 손이 목 가까이로 다가온다면,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그러고도 네가 귀신이야? 내가 사람으로 변신을 너무 잘해서 그렇다니까. 나 못 믿어? 좀 기다려 봐.

끝까지 우기는 거다.

덤으로, 아예 처음부터 승강기 거울을 쳐다보지 않도록 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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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예 귀신을 만나지 않는 요령이다. 승강기 안에서 귀신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섬뜩한 방법은 거울을 통해서니까 아예 거울을 보지 않으면 귀신도 보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자꾸만 거울을 보게 만들려는 귀신의 꾐에 넘어가선 안 된다.

이도 저도 안 되면, 방법은 하나!

기동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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