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서 보면 여전히 아주 조금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몇 해 전부터 서양에서 들어온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도 우리나라에 상업용으로 만들어 파는 부루마블이라든가 도둑 잡기와 같은 보드게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종류도 더 다양하고 즐기는 연령층도 많이 높아졌다. 물론 옛날에 부루마블을 하던 어린이가 이제 어른이 되어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서양에서 만든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은 예전에 나오던 국산 제품과는 달리 규칙 설명서가 굉장히 자세한 편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게임을 종종 해본 나로서는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들 하지 않을까 싶은 것까지도 시시콜콜하게 알려주곤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차례가 돌아가는 방향에 대한 설명이다. 서양에서 만든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은 거의 열이면 열, 시계 방향으로 차례가 돌아간다고 적혀 있다.
사실 차례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든 그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든 그건 놀이를 하는 사람들끼리 미리 정해두면 그만이다. 하지만 규칙에 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고 적혀 있으면 대부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서양산 게임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구나 하고 생각을 굳혀 버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보드게임의 대표 주자인 윷놀이와 카드게임의 대표 주자인 고스톱을 떠올려 보자. 예전에 윷놀이와 고스톱을 어떤 식으로 했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윷놀이와 고스톱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차례가 돌아갔다. 어려서도 그랬고 지난 명절 때도 그랬다. 평소에 서양산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을 할 때는 시계 방향으로 차례가 돌아갔지만 신기하게도 윷놀이를 할 때는 꼭 시계 반대 방향으로 차례가 돌아가더라는 것이다.
이런 놀이를 할 때는 차례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게 어려서부터 몸에 밴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에 서양산 게임 규칙 설명서에 차례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고 설명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서양산 게임을 할 때도 차례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학생 시절 어쩌다가 트럼프를 할 때 시계 방향으로 차례가 돌아가는 게 무척 어색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물론 몸에 밴 것과 달라서였기 때문이다. 그때도 생각했던 거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놀이를 할 때 차례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고 서양에서는 놀이를 할 때 차례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