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포스에서 날 개인정보지킴이에 가입시키려고 했던 것보다 더 웃긴 건, 이미 하나포스에서 내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전화를 지난 해에 받은 일이 있다.
메가패스에 가입하라는 전화였는데, 내가 하나포스를 쓰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대개 인터넷 서비스를 바꾸라는 전화를 할 때는, 내 이름도 모를 뿐더러 어느 인터넷 업체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아예, 갑순이 고객님, 하나포스 쓰시죠? 메가패스로 바꾸시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물어왔다. 당신이 대체 그걸 어떻게 아냐고.
게다가 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했더니 114 정보를 통해서 알았다는 것이다. 거짓말이었다. 이 전화번호는 내 이름으로 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114 정보에 어느 회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쓰고 있는 것까지 나올 리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 전화번호는 내 이름으로 되어 있지 않다고 했더니 잠시 침묵하다가는, 그래도 (드물게도 남자던데) 아니라고 114 정보에 이 전화번호가 내 이름으로 되어 있고 자기는 분명 114 정보로 알고 전화하는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내 이름과 전화번호와 내가 쓰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 이 세 가지 개인정보를 114 정보를 통해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물었다. 그럼 어떻게 114 정보가 한국통신 KT로 넘어가느냐. 그래도 되느냐고. 그랬더니 114가 KT 자회사여서 그렇다고 했다. 별소리 다 하다가, 나중에는 뭐 인터넷 서비스 가입할 때 가입 약관을 보면, 통신사끼리 회원 정보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들어있다는 소리까지 했다. 난 가입할 때 그런 것 보지도 못했고, 전화 통화 끝나고 확인해 봤지만 약관에 그런 내용 없었다. 그 사람은 내 개인정보를 어디서 알았는지를 자꾸 캐물으니까 나중에는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런다고 오히려 역정까지 내다시피 했다.
전화 끊고 나서, 하나포스에 106번으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나포스 고객 정보를 KT에 준 일도 없고 그렇게 함부로 돌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다시 KT에 100번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이런 식으로 가입 권유 전화를 하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하고, 또 114 정보로 저런 걸 알 수 있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다른 회사의 가입 정보를 가지고 가입을 권유하는 일은 처음 듣는다고 그런 일 없다고 했다.
이건 별것 아닌 일이 아니다. 그 사람 말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건, 내 이름과 전화번호와 하나포스를 쓰고 있다는 정보뿐이라고 했지만, 그건 그 사람 주장이고 저런 정보가 새어 나갔다면 저것만 나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른 더 치명적인 개인정보가 새어나갔을 수도 있다. 게다가 저것만 가지고도 마음만 먹으면 나쁜 짓을 할 수 있다. 만약 `여기 하나포슨데 을순이 고객님 어쩌고' 하면서 전화가 오면, 내가 하나포스를 쓰는 건 하나포스에서만 알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 그 전화가 하나포스에서 왔다고 믿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의 일은…….
난 사실 저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 갑순이 고객님, 하나포스 쓰시죠? 메가패스로 바꾸시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이미 하나포스를 쓰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물어보길래, 하나포스에 앙심을 품은 직원이 하나포스 고객을 메가패스로 바꾸기 위해 전화한 줄 알았다.
이 일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신문에 났다. 물론 하나포스도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