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의 첫 번째 번역서를 낼 때 출판사과 번역자가 해야 할 일은 절대 완역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뒤에 다른 또는 자기네 출판사에서 완역판으로 그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는 것이다.
어떤 책의 두 번째 번역서를 낼 때 출판사과 번역자가 해야 할 일은 이번에는 완역을 하되, 그 대신 오역 부분을 남겨두어 그 뒤에 다른 또는 자기네 출판사에서 오역을 교정한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똑같은 책을 적어도 세 번에 걸쳐 다르게 출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처음에는 여러 권으로 쪼개서 냈던 것을 나중에 다시 한 권으로 묶어 낸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처음에는 한 권으로 냈던 것을 나중에 여러 권으로 쪼개 낸다든다 하는 식으로 출판 회수를 얼마든지 늘릴 수가 있다.
출판사에서는 이러저러해서 우리가 처음이라고 광고를 하지만, 분명 어렸을 적에 나도 (그리고 다른 사람도) 읽은 걸 기억하는 데도 그 부분은 자기네가 처음으로 번역해서 내는 거라고 하질 않나, 완역판이라는 둥 어쩌고 하는 걸 보면 책을 사려다가도 저절로 멈칫 하게 된다. 완역판이라고 하기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완역판이라고 하기 때문에 사지 않는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