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신문

2009년 8월 11일

물 분자를 초미립자로 분해해 볼까요?

한경희 생활과학에서 워터살균기 클리즈라는 주방 살균제품을 출시했다. 이 회사 누리집에 제품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그린 플라즈마(Green Plasma)라고 이름 붙인, 이 제품의 원리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경희 워터살균기 클리즈 원리에 대한 설명 화면
한경희 생활과학 누리집에 있는 한경희 워터살균기 클리즈의 원리에 대한 설명 화면

하지만 이 설명 중에 어이없는 부분이 있다.

물 분자보다 작은 초미립자?

황씨신문 (http://sulfur.pe.kr)

물 분자를 초미립자로 분해시켜 수산화기(OH-)가 생성됩니다.

입자보다 훨씬 더 작은 걸 미립자, 미립자보다 훨씬 더 작을 걸 초미립자라고 한다. 그러니까 위 설명에 따르면 물 분자는 적어도 초미립자 수준의 크기보다는 큰, 아마도 미립자 수준의 크기를 가졌다는 건데. 하지만 초미립자로 부르는 것들은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물 분자보다는 훨씬 크다. 따라서 위 설명처럼 물 분자를 초미립자로 분해시킨다는 건 마치 모래 알갱이를 돌멩이로 분해시킨다는 거와 같다.

이런 걸 사람들은 흘려보는 편이지만 이 설명을 본다면 화학 좀 공부한 어린 학생들도 웃겠다. 사실 그림만 봐도 웃긴다. 물 분자 (H2O)에서 작은 수소 원자 (H) 하나를 떼냈을 뿐데 남은 수산화기 (OH-)가 대번에 초미립자가 되어 버린다니. 돌멩이 한 귀퉁이를 좀 깍아낸다고 (많이 봐줘서 30%를 깎아 냈다고 치더라도) 남은 돌멩이가 모래가 되나?

그리고 물 분자나 수산화기를 입자라고 부르는 일은 거의 없다. 특히나 이런 화학 반응 쪽에서는. 괜히 뭔가 있어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용어를 넣으려고 한 게 아니라면 여기에 굳이 초미립자란 용어를 쓸 필요가 없다. 괜히 초미립자라는 용어를 쓰면, 마치 물을 아주 잘개 쪼개서 대단한 효능을 얻는 것처럼 사람들이 착각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냥 물 분자를 분해해서 OH-를 생성한다고 설명하면 될 것 같은데. (연구 쪽 사람이 써 준 꽤 긴 설명을 누군가(!) 한 줄로 줄이면서 나름대로 전문용어로 보이는 걸 뽑아넣으려다 보니 엉뚱하게도 저기에 초미립자란 용어가 들어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수산화기가 녹아 있는 산소수?

황씨신문 (http://sulfur.pe.kr)

물 분자를 초미립자 단위로 분해시켜 수산화기(OH-)를 발생시켜 유해세균을 파괴하는 살균산소수로 만들어줌으로써

게다가 이 설명대로라면 이 제품으로 처리한 물은 수산화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산소수가 된다. 하지만 산소수란 산소가 녹아있는 물을 말한다. 그런데 어째서 물을 분해해서 수산화기가 생성된 물이 산소수가 되는 걸까? 이 제품 원리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수산화기가 생길 뿐이지 산소는 따로 생기지 않는다.

만약 정말로 이 제품이 산소도 발생시키는 거라면, 그래서 이 제품으로 처리한 물에 산소가 녹아 있어 산소수라고 부른 거라면, 원리를 설명할 때 이 부분을 명확히 했어야 한다. 한경희 생활과학 누리집에서 제품의 사용 예에 관한 설명에서 ‘물 산소계 입자’라는 표현이 몇 번 보이는 걸 보면 이 제품이 산소를 발생시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런 설명으로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으니 믿을 수도······. 수산화기가 살균 효과를 나타낸다는 건 그렇다 치고 잔류 농약을 떨어낸다는 ‘미세한 물 산소계 입자’는 또 뭔지?

과대포장은 싫소.

황씨신문 (http://sulfur.pe.kr)

한경희 워터살균기 클리즈의 살균 효과가 탁월한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다. 설령 효과가 있다 해도 제품 원리를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건 곤란하다. 용어 사용도 그다지 엄밀하지 않고. 이래서는 좋은 효과를 갖고 있어도 엉성한 설명 때문에 오히려 제품이 미심쩍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설마 회사의 연구 쪽 사람이 쓴 설명은 아닐 테고, 홍보 쪽 사람이 쓴 걸까? 저 회사에선 제품 원리를 일부러 이렇게 쓴 건지 아니면 몰라서 그런 건지. 전자라면 화가 나고, 후자라면 한숨.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게 제품 신뢰도에 미치는 타격은 꽤 크다. 대단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괜히 있는 말 없는 말 유식하고 어려운 말 가져다 붙여서 사람들에게 뻥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럴 거면 아예 원리 설명을 하지 말고 그냥 믿고 사세요 그러든가. 그렇지 않아도 이런 살균 제품은 아직 생소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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