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 걸음

처음 한 걸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로보트 태권 브이의 주제가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어릴 적 수첩에다가 만화주제가 가사를 꼼꼼히 적어본 일이 있다면
재녹음곡이 아닌 TV 방영 당시 흘러나왔던 만화주제가 원곡에 유난히 집착한다면
방문을 꼭 닫은 채 TV 앞에 카세트 갖다 대고 만화주제가를 녹음해 본 일이 있다면
친구들이 불러주는 만화주제가 메들리에 넋을 잃어본 일이 있다면
만화주제가 음반을 선물로 받아본 일이 있다면
만화주제가 가사로 조카에게 한글 공부를 시킨 일이 있다면
네모네모 스펀지송 주제가를 조카와 함께 부를 수 있다면
TV 만화영화는 주제가로 시작해서 주제가로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노래방에 가서는 먼저 만화주제가 목록부터 찾아본다면
길에서 스스럼없이 만화주제가를 부르고
놀란 눈빛의 주변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곤 한다면
‘네가 몇 살이냐?’라든가 ‘아직 철이 없어.’로 시작되는,
만화주제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타박을 들을 때
매서운 반박으로 상대방의 말문을 막아 버린다면
‘만화당’ 창당을 고려해 본 일이 있다면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게 있다면 참말로 여기에 잘 오신 겁니다.
다른 설명이 없더라도 [미자야, 만화노래 부르자!]가 어떤 데인지 아시겠죠?

미자와의 십문십답

질문 1 :

안녕하세요. [미자야, 만화노래 부르자!]의 운영자이신 황미자 씨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름을 보니 여자분이신가 보네요?

답변 1 :

예, 그렇습니다.

질문 2 :

만화주제가 우리말 가사만 해도 1000곡이 넘던데, 만화주제가 가사는 언제부터 모으기 시작하셨나요?

답변 2 :

제가 갖고 있는 공식 기록을 보면 국민학교 (제가 학교 다닐 당시엔 이렇게 불렀죠) 1학년이나 2학년 때 만화주제가 가사를 수첩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도 때때로 특별히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적었고, 그러다가 대학교 때 조카에게 책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주려고 한 60여 곡을 정리한 일이 있어요.

질문 3 :

그럼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만화주제가 가사들을 모아 오셨나요?

답변 3 :

그건 아니에요. 음, 그 때 정리한 게 기본 바탕이 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만화주제가 가사를 모으기 시작한 건 2000년 말 무렵이었습니다.

질문 4 :

그 동안 모아오신 만화주제가 가사들을 특별히 인터넷에 자리를 만들어 공개하기로 한 데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답변 4 :

특별한 이유라. 글쎄요. 그저 내가 갖고 있는 이런 자료를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내 홈페이지를 우리나라 만화주제가 가사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이트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질문 5 :

듣자니 원래 [황씨신문]의 ‘만화주제가’ 쪽 메뉴에 있던 자료를 여기로 옮기신 거라던데, 만화주제가 가사를 최고로 많이 갖고 있는 사이트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셨으면서 왜 굳이 중간에 새 사이트를 열어 만화주제가 자료를 옮기셨나요?

답변 5 :

음, 이유를 제대로 다 얘기하자면 A4 용지 열 장은 나올 것 같은데요. 후후. 만화주제가를 [황씨신문]에 올린 게 2001년 2월 24일의 일이었죠. 그런데 그 뒤로 갑자기 방문객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라구요. [황씨신문]은 제 개인 홈페이지인데, 때때로 만화주제가 때문에 내 개인 홈페이지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또 만화주제가 자료 때문에 때때로 불쾌한 일이 생겨서 닫아버리기도 하고. 만화주제가 자료를 괜히 인터넷에 공개했다고도 생각하게 됐죠. 괜히 마음만 상하게. 하지만 또 그러면서도 이 만화주제가 자료를 나 혼자 갖고 있다가 만약에 없어져버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아까운데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던 중 다행히도 몇몇 분과 뜻이 맞아서 (혼자만의 생각?) 만화주제가 쪽만 분리해서 새 홈페이지를 열게 됐습니다. 길군요.

질문 6 :

그 몇몇 분이 바로…

답변 6 :

네, [Neoadam's Restol SRS]의 Neoadam님과 [만화인]의 서찬휘 님입니다. 애초에 만화주제가 가사를 게시판으로 옮기는 게 어떨까 하는 얘기는 Neoadam님께서 꺼내셨고 귀찮은 일들도 기꺼이 맡아 주셨어요. 그리고 전 새 사이트 하나를 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서찬휘 님께서 아예 사이트를 하나 만들어 주셨죠. 이 자리를 빌어서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질문 7 :

그럼 이제 [황씨신문]에 있는 만화주제가 자료들은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답변 7 :

아직은 자료를 다 옮기지 못했어요. (2002년 11월 23일 현재) 일단 옮기기로 한 자료를 이곳으로 다 옮기고 나면, 얼마간 시간을 둔 다음에 [황씨신문]에 있는 관련 자료는 삭제할 계획입니다.

질문 8 :

이런 방대한 자료를 모으면서 혹시 이 일 자체에 회의를 느끼거나 하신 적은 없나요? 또 만화주제가 가사를 모으는 일은 언제까지 하실 계획인지?

답변 8 :

훗, 왜 없겠어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요 물론. 지겨운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쉽게 손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 속에서는 ‘이건 집착이야.’라고 생각하다가도 꿈 속에서는 ‘이건 애착이야.’라고 생각하게 되고, 또 현실 속에서는 ‘이건 오기일 뿐이지.’라고 생각하다가도 꿈 속에서는 ‘아니야 집념이 강한 거라구.’ 하게 되거든요. 이런 생각이 계속 반복되고. 언젠간 만화주제가 가사 모으는 걸 그만 둘 때가 오겠지만, 일단 한 번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멈추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질문 9 :

이번에는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려볼까요. 노래방에서도 만화주제가를 즐겨 부르시는 것 같은데 특별히 노래방 애창곡이 있습니까?

답변 9 :

노래방 애창곡은 없다고 봐야겠죠. 노래방 가면 이건 꼭 부른다 그런 건 없거든요. 그냥 목록에 있는 거 되는 대로 거의 다 집어넣어서 부르는데. 조카들이랑 같이 가면 걔네들이 부를 수 있는 거 같이 불러주고. 사실 조카들 중에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노래방에서 가요 부르고 전 만화주제가 부르고 그래요. 그러다가 제가 만화주제가 부르면 저희들도 같이 따라 부르고. 아직 어린 애들은 제가 같이 안 불러주면 삐져요. 음, 그러고 보니 「플로네의 모험」은 거의 꼬박꼬박 부른 것 같네요. 웃기는 게요, 이 노래 처음에는 저 혼자 부르기 시작하는데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도 꼭 같이 따라 부르거든요. 아, 대학교 동기들이나 선후배랑 같이 가면 「빨강머리 앤」은 저 부르라고 넣어주곤 하고요.

질문 10 :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시지요.

답변 10 :

인사말을 하고 싶네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선 [Neoadam's Restol SRS]의 Neoadam님과 [만화인]의 서찬휘 님, 그 동안 [황씨신문]에서부터 여러 자료들과 추억을 공유해주신 방문객 여러분, 기억이 가물가물한 만화노래를 불러달라고 졸랐을 때 기꺼이 불러준 대학 동기들, 어렸을 적 직접 녹음한 만화주제가 테이프를 준 형부, 가족들 중 유일하게 이 만화주제가 자료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준 조카 지일이, 오디오 케이블 없이 TV에서 만화노래 녹음할 때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가족들, 특히 그 때 제게서 강제로 입막음 당했던(!) 조카 호연이에게 정말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자야, 만화노래 부르자!] 많이 사랑해 주세요.